디 워 D-WAR (2007) by 멧가비



인상적인 한 장면이 영화 전체를 살리는 경우가 있긴하다. 이 영화에서 부라퀴가 빌딩을 휘감고 올라가는 그 장면이 바로 영화 전체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뻔(?) 했다.


그러나 한 장면의 임팩트만으로 영화 전체의 퀄리티가 같이 올라간는 건 그 나머지 장면들이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엉망인 나머지가 몇 개의 좋은 장면들마저 같이 끌고 시궁창으로 들어간다. 영화 시작부터 느껴지는 짜증은 엔딩 크레딧의 아리랑을 들으며 정점을 찍는다. 역시 끝판왕은 정말 끝에 나오기 때문에 끝판왕인 거였다.


영화는 문학이자 예술이지만 또한 비즈니스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고민 없이 그저 "팔릴만한" 몇 장면을 삐끼로 앞세웠을 뿐인,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져 짜증을 안 낼래야 안 낼 수가 없게 만드는 저급한 장삿속이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차라리 그런 장사꾼 마인드로 미국 땅에서 달러 벌이의 거상이 되고 싶었다면 철저히 현지화를 하던가, 현지의 이름 있는 작품들을 공부해서 최소한의 완성도라도 보여주던가 했어야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조선 판타지라는 이상한 컨셉으로 양국 모두에서 낯설기만 한 괴작일 뿐이었고, 그 역시 최소한의 배우려는 자세만 있었어도 그럴듯하게 섞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거대 괴수물에 현장감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괴수"라는 오브젝트와 "도시"라는 세계관의 상호 작용이다. 일본의 수트 특촬물이 미니어처 세트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부라퀴는 그냥 미국처럼 생긴 도시를 병풍처럼 뒤에 세워놓았을 뿐이며 그 병풍은 부라퀴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덕분에 도시를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하고 무시무시했어야 할 이무기는 그저 공허한 CG 모델링일 뿐이라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장르 불모지 한국에서 줄기차게 특촬물을 고집하는 심형래의 공로를 전혀 인정할 수가 없는 게, 장르에 대한 철학이나 최소한의 배우려는 자세 자체가 없이 그저 뭔가에 홀린듯이 만들기만 존나 만들어 댄다는 거다. 그냥 존나 만들기만 한다고 명예와 경력이 쌓이는 거면 우베 볼이나 김성모는 이미 장인이었을 거다. 심형래가 특촬물 본고장 미국이나 일본의 대표작 몇 편만 제대로 보면서 배우고, 클리셰만 그대로 답습했어도 평균 이상을 넘어 엄청난 영화가 나왔을 거다. 이 영화의 CG에 고지라 1편의 내러티브가 그대로 진행된다고 생각만 해도 엄청나다.


심형래는 늘 스필버그 영화들과 붙어서 재수없게 망했다며 뻔뻔하게 입을 놀린다. 자기 영화가 왜 안 되는지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고민을 "여전히"  할 생각이 없다는 거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늘 뭔가 억울하고 늘 운이 안 따른다. 그가 변하지 않는 한 애먼 돈만 공중에 뿌리는 미친짓의 반복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실패에서 배울 사람이었으면 용가리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았으리라.


영화를 보고 솔직하게 비판한 사람들 모두가 사대주의자, 심하면 매국노로까지 몰렸던 당시의 집단 광기의 근원이 뭐였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망상에 취한 사기꾼의 세치 혀 하나에서 비롯된 거였다면, 그는 다른 쪽으로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거다.



덧글

  • jei 2015/12/09 06:30 # 삭제

    심형래는 타고난 사기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뽕을 제데로 이용한걸보면말이죠(황우석 사태와도 비슷한상황)

    저런 쓰래기 만드는데 내가 낸 세금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어이가 없습니다
  • ㄴㅂ 2015/12/09 16:29 # 삭제

    '잘나고 재수없고 싸가지없는' 진 교수의 일침에 대한 반발심리도 없잖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DAIN 2015/12/22 10:45 #

    용가리 원정대(용가리) > 이무기의 탑(D워) > 영구의 귀환(라스트 갓파더)으로 이어지는 위대하신 번뇌의 지배자 3부작이었습니다.
  • 멧가비 2015/12/22 12:41 #

    에이..괄호에 설명 안 달아주셔도 무슨 드립인 줄 알았을텐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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