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贖罪 (2012) by 멧가비


미나토 카나에 원작으로 만든 다른 영화, 과 비교하면 조금 처지는 감이 있는데, 이게 단순히 영화와 TV 드라마라는 플랫폼의 차이만은 아닐 거다. 러닝타임 때문에 처지는 건 절대로 아니다.


아다치 아줌마에게 저주 아닌 저주를 받은 네 명의 소녀가 각자의 방식으로 속죄를 하는 에피소드가 각 편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는데, 문제는 그 각각의 이야기들이 속죄라는 테마와도 별 상관이 없고 아다치 집안의 비극과도 큰 연관성이 없다는 거다. 즉, 그냥 각자 따로 노는 이야기들을 억지로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거다.



첫 회인 키쿠치 사에 에피소드는 아다치 아줌마의 저주에 갇혀 완전히 망가진 삶을 살았으니 그 나름대로는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회의 주인공인 시노하라 마키는 마찬가지로 속죄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살긴 하지만 사에처럼 불행하게 인생 말렸다는 느낌이 딱히 들진 않는다. 그냥 마키의 성격 자체가 일을 만드는 식인데, 그 성격도 속죄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애초에 집에서 그렇게 길러진 거라는 게 문제.


3회인 타나코 아키코 에피소드는 진짜 전체 테마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냥 병신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 자존감이 마이너스인 사람이 정신 질환을 앓는 이야기일 뿐.


4회의 오가와 유카는 아예 어릴 때 아다치 아사코의 저주를 '뭔 개소리여' 하면서 무시했던 마이페이스적인 인물이라 속죄의 강박같은 게 전혀 삶에 영향을 못 끼쳤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변 모두를 자신의 욕망에 말려들게 한 악녀형 캐릭터다. 얘가 끝판왕이다.


그러다 5회에선 아다치 가 본연의 이야기로 돌아오는데, 나는 혹시나, 사실은 괴한이 아니라 친구인 줄 알았던 그 네명이 죽인 것, 이라는 반전이라도 나오나 했더니 존나 그런 거 없었다.

아다치 아사코의 딸이 죽은 건 그냥 아사코의 과거 지랄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뿐. 그니까 존나 아무 상관 없는 애들 인생만 조져 놓은 셈이다. 그게 대체 '속죄'랑 뭔 상관이 있지?

아사코의 밝혀진 과거라는 것도 속죄와 아무 상관 없는 그냥 뻔한 막장 치정극일 뿐.



어찌보면 노린 듯한 점강법이기도 하다. 아사코의 저주 하나로 인생 조진 사에에서 시작해 아사코의 저주에 콧방귀나 뀌던 유카까지를 보여주는 과정이, 어쩌면 진짜 잘못은 아사코 본인한테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하게 만들긴 하더라. 그런데 그거야 그냥 내 해석이고, 까놓고 말해 앞의 네 에피소드는 전체 테마와도, 아사코의 비극과도 존나 아무 상관 없다 씨발. 차라리 그냥 한 편씩 따로 떼어져 단편으로 발표되는 게 훨씬 나았을 것 같다. 그런데 진짜로 각각이 별개의 에피소드라고 치면 파괴력이 떨어진다. 각 편의 내용은 그냥 클리셰에 가까울 정도로 뻔한 이야기들 뿐이다.


게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유일한 캐릭터가 바로 그 전체의 주인공 격인 아다치 아사코 뿐이다. 각 편마다 딸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가 중구난방이고 전체적으로 봐도 캐릭터에 일관성이 떨어진다.


다 보고나면 마지막으로 드는 긍정적인 감상은, 코이즈미 쿄코는 저 나이에도 어지간한 젊은 여배우들 뺨따구 다 날리는구나, 뿐. 아오이 유우마저 흔녀로 만드는 전직 아이돌의 위엄.


연출 각본 쿠로사와 키요시
원작 미나토 카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