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Deadpool (2016) by 멧가비



한 마디로 라이언 레이놀즈의 복면가왕이었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꿈과 좌절을 충분히 맛 본 사연 많은 배우가 가면 쓰고 나와 제대로 한풀이를 해내는 인간 승리의 무대. 니콜라스 케이지는 부러움에 눈물 흘렸을까.


슈퍼히어로 장르의 클리셰같은 플롯은 기본으로 깔아뒀지만, 영화는 애초에 그런 것들에 별 관심이 없다. 데드풀이라는 코미디언을 내세워서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조크 위주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펼쳤는데, 그게 내 취향엔 꽤 먹혔다. 그러니 악당이 존나 구려도 영화가 재밌을 수 있지. 어차피 데드풀 원맨쇼 사이즈로 만들어 진 영화니까.


영화의 유머 코드는 크게 두 가지인데, 외부의 소재를 재료로 삼은 다분히 서브컬처적 유머. 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의 흑역사들을 계속 곱씹는 자조적 개그. 그 둘 다 마음에 든다.


독특한 건, 마블 코믹스와 20세기 폭스라는 짱짱한 메이저 간판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엔 철저히 인디 감성이 깔려있는 점. 말이 좋아 마블이고 폭스지, 제작에서 개봉에 이르기까지 얽힌 사연을 보면 사실 인디 영화나 다름 없다.


돌연변이들이 나오는 영화인데 장르적으로도 돌연변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특히 '엑스멘 시리즈'라는 장수 프랜차이즈 내에서 돌연변이처럼 이런 영화가 튀어 나올 줄이야. 어찌보면 슈퍼히어로 장르가 어느덧 벌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건 아닐까.


영화 전체를 평하자면,
일반 영화로서의 기승전결 서사나 완성도, 액션, 스케일 등을 기대하면 실망. 애초에 블록버스터는 커녕 놀랄 정도의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공감하자고 들이민 외부 소재들에 익숙하면 깔깔유머집 읽듯이 존나 웃긴 100분을 보낼 수 있다. 마치 게임 '세인츠 로우' 시리즈의 감성과 닮아있다.


영화 자체는 평이한데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다음 편이 보고싶다.




덕후 관점의 이야기


데오퓨 이후 역사가 변경된 현대의 엑스멘이 현장에 투입되는 모습을 다룬 첫 영화다. 노란 스판덱스가 공식 유니폼인 것 같다. 엑스멘 1편에서 노란 스판덱스를 조롱하던 걸 생각하면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싱어 좆까.


인공 뮤턴트 노예라는 소재가 등장했는데, 조직은 궤멸됐어도 기술은 어딘가 남아있을테니 앞으로의 엑스멘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인공 뮤턴트에 대한 건 엑스멘 1편부터 나왔던 거니, 매그니토가 기술을 얻으려 한다던가 하는 식의 전개가 될 가능성도 있을텐데.


바네사는 '카피캣'으로 거듭날 것인가. 나는 그냥 바네사가 바네사로 머물러줬으면 좋겠다. 다음 편에는 납치 히로인 클리셰에 대한 조크도 해줬으면 좋겠다. 까놓고 이번 영화에서도 납치당할 필요가 없었거든. 어차피 데드풀 쪽에서 먼저 프랜시스를 찾아다니고 있었으니.


콜로서스는 분명 바로 전 출연까지 파릇파릇한 청년이었는데 갑자기 러시아 마피아 목소리를 내는 중후한 아저씨가 됐더라. 데오퓨 이후 이제 어지간한 설정 연결은 쿨하게 씹어버리나보다.


하지만 콜로서스 캐릭터 자체는 좋다. 등장 내내 CG 처리 된 점이 만화같아서 좋다. 어찌보면 엑스멘 시리즈 출연한 것 중에 유일하게 캐릭터로서 가치가 있었는데, 특히나 만화같은 콩알-떠벌이-고릴라 3인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위즐도 좋다. 데드풀이랑 캐릭터 겹친다는 느낌 보다는, 둘이 붙어 있으니까 다분히 미국스러운 만담 콤비같았다. 근데 둘 다 츳코미. 더덜말 딱 지금만큼의 감초 역할이면 좋겠다.


최후의 전쟁 이후 오랜만에 엑스멘 시리즈에 왕림하신 스탠리 영감님. 청불 영화에는 첫 출연이지 않나?


데드풀의 뮤턴트로서의 유일한 능력이 힐링팩터인데, 그마저 설정을 바꿔버린 점이 미묘하지만 한 편으로는 쿨해서 좋다. 힐링팩터라면서 울버린이랑 안 엮이는 것도 좀 그러니까 아예 바꿔버리는 게 낫지. 덕분에 데드풀은 '대물이 된 기분'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데스'와 '타노스'의 존재도 산뜻하게 생략하는 점 역시 마찬가지.
(아니면 그냥 힐링팩터는 맞는데 야매라서 성능이 떨어지는 걸 수도.)




저예산의 빡센 환경에서도 울버린 개근 출연이라는 전통을 깨지 않으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하지만 울버린으로서가 아니라 휴 잭맨으로 나온 거잖아. 데드풀의 조크는 그렇다 쳐도 아예 휴 잭맨 얼굴이 박힌 잡지 커버가 나와버리는 건 세계관에 구멍난 거 아니냐고 이거.


그런 맥락으로 보면 폭스의 엑스멘 세계관 내에 존재는 하되, 메인 시리즈에 섞이지 말고 그냥 단독 영화로만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분위기도 너무 이질적일 뿐더러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떼샷 영화의 하나로 묻혀있기에는 너무 아깝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엑스멘 멤버와의 주거니 받거니도 보고싶다. 특히 후속작에 예산이 좀 더 지원된다면 울버린이 실제로 게스트 등장해줬으면 좋겠다. 마치 '네코마인'에 등장한 베지터처럼 될 것 같다. 하지만 계약 문제를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이겠지. 정 안 되면 비스트라도.


상영관에 관객이 적지 않았는데 자꾸 나 혼자 웃으니까 당황스러웠다. 웃음 참다가 얹힐 뻔 했다. 웃음 코드 안 맞는 게 그 사람들 잘못은 아니지만 참느라 짜증 나는 게 내 잘못도 아니지. 다른 거야 그렇다 치고, 테이큰이나 스타워즈 조크도 안 웃긴 사람들이 데드풀은 어쩌다 보러 온 거지.



맘에 들었던 조크 베스트
-127시간
-아보카도, 이빨 달린 고환
-캡틴
-딸내미 납치하려다가 뒈질 뻔한 꿈
-Careless Whisper




반가운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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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elelele 2016/02/21 14:54 # 삭제

    이 영화의 목적지중 하나가 데드풀 & 케이블, 엑스포스라는 걸 보면 팀업무비에서는 어떤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하더라구요... 상당히 이질적일 것 같은데.. 타노스, 데스는 판권문제때문에 어차피 쓰지도 못했을 것 같은데 이런설정은 없는 편이 영화적인 표현에는 더 좋은 것 같았어요~
  • 멧가비 2016/02/21 23:49 #

    케이블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엑스멘 쪽에 먼저 나오는 게 도리상 맞지 않나 싶어서 좀 미묘합니다.
  • 화려한불곰 2016/02/21 15:33 #

    우린 예산이 없어서 쿠키영상따위 없어! 기대하지마. 영화끝났어. 나가면서 부끄럽게 자리에 버리지 말고 꼭 쓰레기 가져나가고. 꿀잼이었습니다.
  • 멧가비 2016/02/21 23:47 #

    정말 쓰레기를 갖고 나가게 되더군요.
  • 상실의시대 2016/02/27 13:00 # 삭제

    윈터솔져이후로 싱글히어로 무비로는 아주 잼있게봤네요!!
    양키조크는 정말 빵빵터지게 웃겼는데...
    옆자리관객들은 왜웃나하면서 곁눈질할때 좀 기분이 야리꾸리하더리구요..ㅠ
  • 멧가비 2016/02/28 20:17 #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윈터솔저 이후로 이게 제일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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