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브레이크 시즌2 (2006) by 멧가비


시즌1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허술한 점이 눈에 띄는데, 자잘한 것은 그렇다 치고 제일 황당한 건 FBI나 그 누구든 니카를 감시하고 있는 놈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탈옥의 설계 및 주동자인 그 스코필드를 두 번이나 면회 왔던 서류상 아내인데도 말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니카는 꽤 매력있는 캐릭터인데 막판에 무너진 게 아쉽다. 끝까지 비즈니스 관계로 남았으면 더 매력적이었을 건데, 갑자기 최민수도 아니고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있을 거라 생각했어'로 폭주할 줄이야 세상에.


시즌2는 그런 허술한 각본이 별 문제가 안 되는 게, 큰 플롯 자체가 그냥 되게 재미없다. 애초에 4부작 미니 시리즈의 기획을 시즌으로 부풀린 것도 약간 무리였는데 그 다음 시즌까지 만들려니 마른 오징어에서 물 내듯이 쥐어 짜내는 수 밖에 없었겠지.


덕분에 시즌 내내 별 스토리 진전 없이 그냥 존나 도망치고 쫓아다니기만 한다. 일요일 저녁 런닝맨을 보는 기분이다.


없던 얘기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비중있던 캐릭터들이 맥거핀처럼 증발하는 현상도 헛웃음이 나올 정도. 특히 베로니카와 아브루찌는 결과적으로 보면 시즌1부터 따져봐도 스토리에 영향을 끼친 점이 전혀 없다. 스토리 수정 없이 그냥 그 두 캐릭터 분량을 들어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 헤이와이어는 애초에 무슨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마혼 요원은 초반의 포스에 비해 되게 어이없이 무너진다. 스코필드가 사용한 트릭을 간파하고 귀신같이 추적하면서, 마치 똑똑한 탈옥수와 수사관의 대립구도를 만드는 듯 했으나 알고보니 그 역시 컴퍼니를 뒤에 두고 쫓기는 입장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다만 마혼 역 배우는 연기를 정말 기가막히게 한다. 초반의 스마트하고 강직해 보이는 요원 이미지에서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비리 공무원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들더라. 내가 즐겨보는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탈옥 8인의 멤버였으나 허무하게 죽은 찌질이 꼬맹이는 좀 불쌍하다. 시즌1에서는 이 새끼가 스코필드 계획도 다 불고 다니고 그래서 비호감이었는데, 얘의 잘못은 그냥 눈치 더럽게 없고 멍청했다는 것 뿐인데 그렇게 비참한 꼴만 당하다가 결국 죽을만한 놈은 아니었다. 애초에 딱히 나쁜 놈도 아니고 그냥 억세게 운 없는 좀도둑일 뿐이었다. 시즌2 보는 내내 얘가 계속 마음에 밟힌다.


시즌2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점은, 시즌1에서 스코필드의 탈옥용 아이템이었던 그 문신이 시즌2에선 스코필드를 추적하는 단서로 뒤바뀐다는 점이다. 분명 스코필드는 정신병 레벨의 기억력을 가진 천재라는 설정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가만보면 이 미친놈이 어찌된 게 하나도 기억을 못 하고 다 몸에다 새겨놨다는 거다. 어지간한 건 그냥 자기 머릿속에만 넣어뒀어도 좋으련만 마치 머리 싸움을 즐기는 괴도처럼 암호화 해서 보란듯이 남겨놨다는 게 참 보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다.


시즌 전체를 돈가방 추격전으로 때워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그마저 맥거핀이었다니.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의 끝을 보기 위해 한 시즌을 달린 셈이다. 그래놓고 다시 엉뚱한 나라의 감옥에 들어가는 결말에선 헛웃음 밖에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