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처치 시즌1 (2013) by 멧가비


Broadchurch

수사물은 취향에 안 맞아서 거의 본 게 없는데, 이건 수사물을 베이스로 깐 휴먼 드라마에 더 가까워서 깊은 울림을 느끼며 볼 수 있어 좋다. 이야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봤지.


연애도 안 하고 싱거운 조크도 안 한다. 수사물이라면 당연히 나올 법한 그 흔한 총 한 자루가 안 나온다. 주인공 콤비의 여자 수사관이 알고 보면 그냥 맘씨 좋은 동네 아줌마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본격 수사물이라고 하긴 애매하다. 수사 과정에서의 트릭이나 두뇌 싸움 등에 드라마가 딱히 집중하고 있지도 않으며 진범이 밝혀진 건 그냥 지쳐서 자수한 거니까.


대신 드라마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목가적인 마을에서 하나의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의 여파를 잔잔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데에 더 공을 들인다. 마치 충치 뽑으려다 생니까지 다 뽑히는 상황처럼 사건과는 무관한 사람들의 어둠이 타의에 의해 들춰내지고 차례대로 고통에 빠지는 모습, 특히 잭 마셜의 비극에서 공동체 의식과 개인 이기심은 전혀 다르면서도 한 끗 차이로 가까운 개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평화로운 외피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곪은 듯 잠복해 있던 불신들이 살인 사건을 방아쇠로 삼아 연쇄적으로 터져나오는 모습에서는 작은 사회에 대한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수사물 본연의 쫄리는 맛이 없는가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점이 대단하다. 미드에 많이 나오는 연쇄 살인이나 대규모 조직이 관련 된 마약 밀매 등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작은 사건이지만 그걸 다루는 태도와 솜씨는 정말 진지하고 무겁다. 권총이 기본 무장이고 사람이 게임 몹처럼 뻥뻥 죽어나가는 미드 들을 보다가 동네 아이 한 명의 사망에 이렇게 집중하는 드라마를 보니 사람의 생명에 대한 무게감이 새삼 느껴진다.



바로 알아 볼 수 있는 굵직한 배우만 꼽아도 데이빗 테넌트, 아서 다빌, 데이빗 브래들리, 올리비아 콜먼 등 '닥터 후'와 관련 된 배우들이 엄청 나온다. 게다가 크리스 칩널까지!! 거의 닥터후 앞마당 멀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데이빗 테넌트가 연기한 알렉 하디 경위 캐릭터 존나 좋다. 후비안으로서 닥터후의 영향을 아얘 배제할 수 없더라. 하경위 하는 것보면 그냥 현실 세계의 닥터같다. 쓸 데 없이 겸손하지 않으며 자기보다 덜 똑똑한 사람들을 마치 장기말처럼 다루는 교활함도 약간 있고, 병약한 짜증쟁이라는 점에서 여러 대의 닥터들을 조합한 인물처럼 보인다. 특히 포옹을 싫어하는 부분에서 웃었다.


엘리 밀러 캐릭터가 더 좋다. 수사관 파트너인데 연애라인 전혀 없고 그냥 정 많은 동네 아줌마라는 점. 그리고 하경위와 달리 성장세를 뚜렷하게 보이는 의외의 성장형 캐릭터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정'에 묶여 판단력이 흐렸으나 점차 하경위의 냉철함을 닮아가면서도 자신만의 인간적인 부분도 잃지 않는 점이 멋지다.


그 외 기타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시즌2까지 다 보고 난 다음에 해야겠다.


핑백

  • 멧가비 : 닥터후, 여자 닥터의 등장 2017-07-24 19:19:36 #

    ... 성별이 여자면, 그건 또 그거대로 재미있을 거다. 여자가 된 닥터를 보며 느낄 낯설음 이전에 다행히 배우가 낯익은 사람이다. [블랙 미러]에서의 비열한 구라쟁이나 [브로드처치]에서의 비극적인 유가족 역할을 떠올려 보면 이 배우의 새로운 닥터 재해석이 더 기대된다. 뭣보다, 조디 휘태커 예쁘고 연기 잘 하잖아. 남자 시청자 입장에서 ... more

덧글

  • secondming 2016/02/27 00:15 #

    미국 수사물과는 달리 인물 하나하나의 심리에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라 저도 재밌게 봤어요! 영드치고 진행속도도 빠르고 재밌더라구요.
  • 멧가비 2016/02/27 02:31 #

    수사물이 아닌 경우에도 아무래도 미드는 주로 사건에 집중하느라 심리는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많긴 하더군요. 일장일단이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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