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처치 시즌2 (2015) by 멧가비


Broadchurch

유토피아나 블랙 미러 등 영드 보면서 가끔 와 미쳤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랜만에 그 기분 느낀다.


또 다른 사건이 터지고 그걸 또 해결하는 '패턴 답습' 대신에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는 것 좋았고, 동시에 극의 장르 자체가 달라지는 정도인 건 예상 밖이었다. 수사물도 거의 안 보지만 법정물은 진짜 하나도 본 게 없는데, 한 시즌 쫄리면서 봤던 '잘 아는'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니까 몰입감이 엄청나더라. 클라이막스에서 길티 놋길티 나올 때는 쓰리고 불러놓고 점수 안 날 때만큼이나 쫄렸다.


유화처럼 아름다운 색감과 구도를 배경으로 하면서 정작 이야기는 시궁창인 영드 특유의 그 아이러니함이 역시나 인상깊다. 특히 샌브룩 사건은, 어른들의 추악한 사건이 그 찬란한 블루벨 꽃밭에 숨어있다는 갭이 너무나 크다.


시즌2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은 죽음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그것을 수습하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남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조 밀러를 둘러 싼 법정 싸움에서 라티머 가족이 겪는 고통이 예상보다 더 거칠게 묘사된다. 죽은 자는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은 확실히 지옥에 빠진다는 느낌.

보는 내가 다 감정 소모되고 상처 받는 기분까지 들 정도다. 미드에서 변호사를 까는 조크는 많이 접해봤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선택에 따라선 얼마나 사악해질 수도 있는 직업인지를 알기 쉽게 묘사했더라.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조 밀러야 극 중의 가장 중심에 있는 악역이고 피고 측 변호사들도 악당으로 만들어진 포지션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사람 중에서는 수잔 라이트와 올리 스티븐스가 가장 현실에 있을 법한 혐오스러운 인물로 꼽을 수 있겠다.


수잔 라이트!
버렸던 아들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애증을 불태운다. 하지만 남의 집 아들의 시체 옆에서는 태연히 담배를 피운다. 게다가 그 아들과의 문제를 끌어들여 다른 가족의 상처를 헤집는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송강호 말마따나 참 아주 아름답다 아름다워.

올리 스티븐스는 현실에 널린, 멍청한데 성실해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캐릭터. 거기에다가 성욕까지 왕성하시니 수잔 라이트만큼이나 아주 완벽하다.



시즌1에 이어 닥터 후 관련 배우들이 더 늘어났다. 배우 개그로만 포스팅 하나 만들려면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정작 데이빗 테넌트와 닥터 후에서 직접적으로 같이 연기한 배우는 드물다는 점이 재미있다. 대부분 맷닥 시절에 출연했거나 토치우드에만 출연했거나. 심지어 이브 마일즈도 테닥 시절 닥터 후에 출연했지만 테넌트랑은 접점이 없다. 이브 마일즈는 닥터 후 유니버스 출신 배우 중 데이빗 테넌트 다음으로 브로드처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는데, 구라 잘 까는 성욕의 화신이라는 점에서 토치우드에서의 그웬을 자꾸 연상시키는 점이 웃겨서 약간 몰입이 안 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한 시즌이 더 나올 거라고 하는데, 조 밀러 사건은 완전히 끝난 셈인데 무슨 얘기를 더 할지 궁금하다. 마음 같아서는 몇 시즌이든 더 나와주면 좋겠건만.


덧글

  • 진보만세 2016/02/29 22:30 #

    시즌 1을 본 이후, 여러 일로 바빠서 2가 나온 것도 알 지 못했네요..

    좋은 후기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 시간 잡아 시즌 2도 정주행 하고 싶네요..^^
  • 멧가비 2016/03/01 19:44 #

    시즌1을 보셨다니 2도 적극 권합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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