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풀 에이트 The Hateful Eight (2015) by 멧가비

마치 연극이 원작인 서부시대 추리극인 척 시치미 뚝 떼는 점이 재미있다. 그러다가도 막상 다 보고나면 그럼 그렇지, 하게 되는 기분.

등장 인물들이 주절대는 말들은 그냥 타란티노식 잡담이고 사실은 서로 눈알 부라리면서 긴장 타다가 누가 먼저 얼마나 어떻게 죽는지 재미나게 지켜보는, 마찬가지로 타란티노식 대학살 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존나 쓸 데 없는 소리 지껄이면서 속으론 다들 죽이려고 타이밍 재는 그 긴장감이 너무 좋다. 역시 타란티노다.



챕터로 나뉜 구성, 뒤 섞인 서사, 아무 의미 없는데 왠지 재밌는 잡담, 별 거 없는 캐릭터에 대한 장황한 소개, 롱 테이크, 특유의 카메라 앵글과 피칠갑 쇼 등 타란티노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품들이 역시나 다 들어있어 친숙하다. 그러면서도 식상하지 않은 건, 타란티노 영화 단골 배우들이 또 다시 출연하면서도 타란티노 영화에서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들과 정반대의 포지션을 맡아서 뻔뻔하게 연기하는 점이다.

백인들의 개였던 흑집사는 북부군 출신 백인 도살자가 됐고 성도착 연쇄 살인범이었던 스턴트맨 마이크는 나름대로 철학이 있는 현상금 헌터가 됐다. 그 외에 팀 로스나 마이클 매드슨 등에게도 이전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재미있는 미묘한 변화들이있다.



타란티노식 캐릭터들을 고립된 장소에 몰아넣고 마음껏 수다 떨게 놔두면서 구경하는 연극적인 구성 때문인지, 꽤 시간이 지날 때 까지 이야기의 행방이 어디로 갈지 전혀 알 수 없는 점이 좋았다. 예상을 빗나가는 마지막 결과까지 완벽했다. 언체인드 장고는 잠시 외도였고, 다시 타란티노로 돌아온 것 같다. 은퇴하기 전에 영화 열 편만 '더' 만들어 줘요 형.




결론: 레드 애플 비긴즈



덧글

  • ㄴㅂ 2016/03/19 18:08 # 삭제

    후반부 사무엘 잭슨 형의 욕은 역대급이었습니다. 고환 저격수에 기습 거세꾼이라니 그런 표현을 생각해 낸 것 자체가 존경스럽더라고요
  • 멧가비 2016/03/20 06:02 #

    타란티노 대사빨은 이미 전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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