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들 Clerks (1994) by 멧가비


영화같지 않은 영화, 가 첫 감상 느낌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 씹힐 법한 생활 속 또라이들 모음집 같은 느낌.


처음 봤을 땐 '따분함이 도를 넘으면 또라이가 된다'는 걸 말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케빈 스미스 감독에 대해서 알다보니 그런 거 없더라. 메시지고 뭐고 없다. 이 사람은 예술가적 자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인 듯 하니, 그냥 뉴저지라는 나와바리에서 잉여롭게 보내던 시절들의 추억과 잡다한 취향들에 대해 떠들고 싶었을 뿐이겠지. 사람이 대부분 그렇지만 덕후같은 기질이 강할 수록 자기 취향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도 그에 비례하게 되거든. 그렇다고 딱히 뉴저지라는 동네에 애정이 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닌 건조한 느낌 역시 좋다.


영화의 내용이란 것도 동네 미친놈, 편의점 진상 등 점원 시절 감독이 봤을 법한 사람들의 등장이나 하키, 스타워즈, 죠스 등 감독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언급이 전부다. 그 중에 '데스스타의 도급업자'들에 관한 조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하는 신선함을 느꼈다.


주인공 단테의 입장에서 보면 쉬는 날 편의점에 불려 나온 것 자체가 짜증나는 일일텐데, 그 짜증나는 하루 일과를 계속해서 망치는 일들만 벌어진다. 보고 있자면 너무 일상적인 작은 짜증들이 미묘하게 웃기다. 그러면서도 단테 스스로도 자기 신변을 꼬이게 만드는 투덜이일 뿐이고.


그 와중에 훗날 '뉴저지 시리즈'로 인식 될 다음 영화들에 두고 두고 써먹을 레퍼토리들을 잘 심어두긴 했다. 수영장에 빠져 죽은 줄리 드와이어 등의 뉴저지 사람들도 그렇지만 제이 & 사일런트 밥이라는 개그 콤비가 특히 그렇다. 케빈 스미스의 데뷔작이자 처음이자 마지막 인디 영화임에도 이후로 두고 두고 인디 감독의 대표적 인물로 회자되었던 것도, 이후의 작품들(점원들2 까지) 역시 이 점원들의 영향 아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유일한 생산적 가치라면, 이런 영화같지 않은 영화도 소비하는 걸 넘어 열광하는 계층이 있다는 걸 확실히 증명했다는 점 정도 뿐인 것 같다. 그런 하찮음이 좋은 영화다.


덧글

  • 더카니지 2016/04/14 06:39 #

    케빈 스미스는 아메코믹덕후이고 벤 에플렉과 무명시절부터 알고지내온 절친인데다 이번 저스티스 리그 피처렛에도 등장했는데 DCEU에 참여안하는걸 보면 뭔가 슬럼프인가 싶어요
  • 멧가비 2016/04/14 22:13 #

    슬럼프라기엔 좀 새삼스럽죠.ㅎㅎㅎ 원래 그렇게 잘 나갔던 감독도 아니거니와 그나마 뉴저지 시리즈에서 벗어난 이후엔 그저 그런 영화들만 만들어낸지 꽤 오래 됐습니다.
    DC에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텐데 단지 벤 애플렉 인맥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아닌 것 같아요.
  • 잠본이 2016/04/14 22:31 #

    슈퍼맨 리턴즈 나오기 직전에 굴러가던 프로젝트 몇가지 중에 케빈 스미스가 끼어있다가 나가리된 것도 있고하니 워너하고 별로 궁합이 안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 Semilla 2016/04/15 06:50 #

    오오 케빈스미스 영화들 리뷰하시는 건가요!!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예전에 본인이 자주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싼 값에 적당하게 팔리는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써주는 거라고. 뭐 그것도 시들해졌는지 다른 돌파구를 찾던 것 같더니만 요즘은 팟캐스트랑 유튜브에서 활발하네요. 물론 영화를 놓은 건 아니겠지만요...

    벤은 못 본 지 몇 년째라는 카더라를 봤어요. 제니퍼 가너가 케빈을 싫어해서라던데 이젠 헤어졌으니 둘의 브로맨스를 다시 보길 기대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케빈의 숲대뱃 리뷰를 보면 여전히 애정이 절절하던데...
  • 멧가비 2016/04/18 20:39 #

    영화를 놓은 건 아닌데 감은 완전히 놓은 것 같더군요. 본인은 '성장한다'라는 자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이도 저도 아닌 영화들만 만들고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제니퍼 가너가 케빈 스미스를 싫어했는지는 몰랐네요. 딱히 해로운 친구는 아니었을텐데..
  • 2016/04/24 22:2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4/27 23: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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