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작과 달리 점원들이 아닌 손님들이 주인공인 영화임에도 마치 '점원들 2'처럼 보이는 영화. 진짜 '점원들 2'가 나오기 전 까지는 이 영화를 사실상 점원들의 후속작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동네 작은 편의점 앞마당에서 벗어나 대형 쇼핑몰로 무대를 옮겼지만 할 일 없는 동네 미친놈들이 모여있는 영화인 건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그랬을 거다. 실제로도 감독 본인은 조금 부드러운 '점원들'이라고도 말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케빈 스미스의 청년 시절 잉여롭던 자의식이 많이 반영되었고 자본을 조금 더 얹었을 뿐인데, 덕분에 그냥 잉여가 아니라 볼거리가 좀 더 있고 액션이 나름대로 들어간 잉여 영화가 된다. 그저 언급할 뿐이던 레퍼런스들을 '패러디'까지 하는 발전을 보여주는데, 전작에 이어 여전히 사일런트 밥 역할로 출연한 케빈 스미스 감독이 그 뚱뚱한 몸으로 배트맨이나 '제국의 역습'을 흉내내는 부분이 웃기다. 심지어 그 '스탠리'까지 등장해 주인공에게 조언을!
그냥 잉여가 아니라 나름대로 연애담을 다루면서 장르적인 느낌까지 낸다. 큰 비중은 없지만 인상에는 남는 악역으로 무명 시절의 벤 애플렉이 출연하는데, 따지고 보면 벤 애플렉 못잖게 주인공도 존나 나쁜 새끼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주말 낮에 TV에서 틀어주면 재밌게 볼 것 같은 잡탕 같은 소동극. 혹은 80년대 청춘 영화, 특히 '리치몬드 연애소동'에서 큰 영향을 받은 흔적도 보인다. 케빈 스미스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쪽 영화들 보고 자랐을 세대이긴 하지. 케빈 스미스 영화들은 이른바 '슬래커 무비' 유행의 끝물에 간신히 편승한 게 사실이다.
다시 봐서 반가운 그녀, [베버리힐스 아이들]의 브랜다, 섀넌 도허티.
트리비아
1. TS가 한 말을 듣고 수영장에 빠져 죽었다는 줄리 드와이어는 '점원들'에서 단테, 랜달이 깽판친 장례식의 주인공.
2. 커플쇼에서 혼자 뻘쭘했던 길 힉스는 '점원들' 단테의 사촌.
덧글
이 영화 덕분에 지금도 초콜릿 씌운 프렛챌을 보면 기분이 묘하답니다...
저는 브로디 때문에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애인을 얻을 수 있다, 라고 자위하는 모든 찌질남들의 판타지 같은 영화라고도 생각 했거든요.
근데 브로디는 그나마 시원시원한 맛이라도 있는데 남주가 너무 답답해서 더 싫었던 것 같아요.
뭐 지금 생각하면 벤 애플렉이 저런 역할을 했었다는게 참 세상 많이 변했구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