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들 2 Clerks II (2006) by 멧가비


기대도 안 했던 '점원들'의 정식 후속작. 기대도 안 했을 뿐더러, 결과적으로도 안 나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취향이 아니냐고 한다면 또 그것도 아니다. 다만 '저지 걸'에 이어 또 한 번 '성장'을 다루고 싶어하는 감독의 욕망이 영 마땅치가 않아서다. 뉴저지 어느 동네에서 편의점, 비디오 대여점 점원 일을 건성건성 하며 삶에 대해 불평하는 멍청이들이 있었다고 영원히 기억됐으면 좋았으련만 성장이라니. 덕분에 '뷰애스큐'라는 이름의 케빈 스미스 세계관이 이제 진짜로 완전히 끝났다는 것만 확인했다.


덕분에 일부분은 다소 우울한 느낌마저 든다. 전작에서 12년이 지났는데 장소만 바뀌었을 뿐 아직도 여전히 점원 신세라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 담겨있는데, 단테와 랜달이라는 캐릭터에게 성장 혹은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굳이 얹어줬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분히 감상적인 불만은 그렇다 쳐도, 영화의 전체는 여전히 재미있고 유쾌하다. 단테는 여전히 뜻대로 되지 않는 양다리를 랜달의 탓으로 돌리며 랜달은 여전히 모두에게 못되게 구는 걸 즐긴다. 그러나 랜달은 이번만큼은 그게 양다리인 줄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고 랜달은 직설적일 뿐 꽤 날카로운 지적들을 한다. 딱 이 정도 성장이기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렇게 전작의 구조를 그대로 반복하는 건 괜찮다. 어차피 서사 구조 때문에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대신 새로운 조크들이 늘어나서 좋다. 역시나 스타워즈 페티쉬를 빼놓지 않고 가는데, 당시만해도 판타지 서사시 삼부작으로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게 다소 밀리던 형국에 대한 감독의 항변으로 읽힌다.


벤 애플렉은 이미 A급 배우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까메오 출연을 함으로서 의리를 지킨다. 놀라운 건 까메오여서가 아니라, 까메오치고도 인상깊은 캐릭터도 아니고 별 존재감 없는 그냥 손님 역할이라는 점이다. 아얘 이스터에그처럼 깜짝 등장도 아니고 진짜 무명 배우처럼 그렇게 출연하기는 감독과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기왕 마무리할 거면 뷰애스큐 유니버스의 다른 캐릭터들도 또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대대적인 마무리는 '제이 & 사일런트 밥'에서 했고, 이 영화는 그저 에필로그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그냥 점원들 이야기만 다룬 것도 나쁘진 않다. '퀵스탑' 편의점의 점원이 'Mooby'의 점원이 됐다는 것만 해도 어찌보면 전작에 대한 언급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이 다음 영화들도 보긴 봤지만, 나는 이걸 케빈 스미스의 마지막 영화로 기억에 남겼다. '잭과 미리의 포르노 만들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거기까지 인정하면 기준이 자꾸 내려가서 한도 끝도 없다. 딱 여기까지.



핑백

  • 멧가비 : 플래시 221, 222, 223 시즌 피날레 2016-05-26 04:08:00 #

    ... 포니테일 케이틀린! 시즌 막판에 던지는 승부수인가. 221갑자기 제이슨 뮤스가,그것도 햄버거 가게 앞에서 출연해서, 이게 뭐여? 했는데21회 연출이 케빈 스미스였구만. 그린 애로우 코믹스 작가 출신이 어쩌다 플래시 드라마 연출을... 222 간만에 터졌던 개그 씬 ... more

덧글

  • Semilla 2016/04/21 02:46 #

    "그 영화에선 나무들까지 걷잖아!" 대사 하나만 기억에 남네요. 사실 다른 것들도 있지만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팬으로서는 이들의 얘기에 어느 정도 마무리가 생겨서 생겨서 좋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해법에 씁쓸하기도 하고. 근데 뭐 감독 본인의 인생도 그런 구석이 있으니...
  • 멧가비 2016/04/22 21:29 #

    맞아요 저도 그게 영 찜찜했습니다. 성장을 보여 줄 거면 그럴듯한 과정이라도 보여주던가, 해법이 그냥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지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