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본인 大日本人 (2007) by 멧가비



도발적인 제목과 달리 그저 '커다란 일본(초)인'을 다룬 영화. 즉, 일본식 슈퍼히어로인 거대화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다. 뒷맛 쓴 모큐멘터리 형식의 블랙 코미디.


거대 히어로로서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주인공 다이사토 마사루는 그나마 출동이 적어 벌이도 시원찮은 히어로업 외엔 아무 것도 갖지 못한 남자. 세상을 위해 괴수와 싸워도 돌아오는 보상은 냉소와 혐오 뿐, 가족은 진작에 붕괴된 상태다. 희생에 의해 망가진 한 개인의 인생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으면서 책임만을 강요하는 세상의 묘사가 씁쓸하게 병행되는 가운데, 괴수를 물리침에 있어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는 도시의 시민들 뿐 아니라 히어로 본인에게도 발생한다는 점은 담담하면서도 서늘하게 묘사된다. 다이사토 마사루를 연기하는 마츠모토 히토시의 무표정 안에 외로움, 억울함, 슬픔, 두려움 등이 강렬하게 뒤섞인다.


그런가하면 정작 마사루의 실체는 그저 거대화할 뿐, 잘 싸우지 못하고 말만 앞서는 겁쟁이라는 점이 코미디. 때문에 영화 틈틈이 묘사되는 과거에 대한 향수는, 제국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나 미화일 수도, 아니면 현대 일본에 대한 한탄과 중립적인 비판일 수도 있다. 물론 감독 본인의 성향을 생각하면 전자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 뉴스에서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붉은 괴물은 중국에 대한 알기 쉬운 은유. 이후에 나타나 마치 고교생 깡패들이 이지메 하듯이 중국 괴물을 때려잡는 미국인 히어로 가족과 그걸 몰래 숨어서 지켜보는 마사루의 모습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열강 사이에 낀 일본의 처지를 노골적으로 풍자한다. 나름대로 공들인 CG로 진행되던 영화가 미국 히어로가 등장하자 마자 초라한 저예산 미니어처로 돌변하는 것 역시 탈아입구를 외치던 일본인으로서 느끼는 현대 미국과의 격차에 대한 한탄일 것이고.


특촬물 팬으로서는 다양한 패러디들에 잔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영화의 주제 의식은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남기는 지점들이 있어 평가하기 미묘한 영화다. 특히 국내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코미디언인 마츠모토 히토시의 작가주의적 영화에서 우익적인 코드가 엿보인다는 점은 관점에 따라선 실망스러울 여지 또한 있다. 


비교적 온건한 쪽에 가까운 우익이 생각하는 현대 일본의 위치가 어디 쯤인지를 말해주는 영화.





연출, 각본 마츠모토 히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