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왕 (2014) by 멧가비


의무 교육 12년에 국방의 의무도 마쳤다. 이제서야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대학생의 신분으로 돌아왔는데, 별 것도 아닌 족구 한 게임도 마음 놓고 할 수가 없다. 그냥 족구가 좋아서 족구를 하겠다는데 세상은 낙오자라 손가락질 한다.


주인공 만섭은 족구가 좋다. 족구를 할 수 있다. 족구를 잘 한다. 그러나 그 뿐. 나 혼자 잘 하는 게 있어도 남들이 다 싸우고 있는 경쟁 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그저 잉여일 뿐이라고 냉소하는 세상.


사실은 고시원 단칸방에 살지만 허세를 부리는 라이벌 민은 권력을 동반하지 않은 반쪽짜리 재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민이 해병대 전우회를 포섭해 힘을 갖춘다. 해병대 전우회는 공권력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있다. 권력과 결탁한 재력으로도 민은 패배했지만 안나는 결국 민에게 돌아간다. 족구 시합 따위 이기고 지고는 문제가 아닌 거지. 결국은 누가 인생의 승리자이냐의 문제. (민을 '진짜 부잣집 아들'이 아닌 '허풍선이'로 묘사한 건 너무 노골적인 메타포를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섭은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좋아서 했으니 후회도 하지 않는다. 슬프지만 낙천적인 모습에서 희망을 봐야할지 씁쓸한 자조를 느껴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