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몬드 연애 소동 Fast Times At Ridgemont High (1982) by 멧가비

(릿지몬트 연애 소동)

청춘들의 가벼운 고민과 욕망들을 재미있게 조명하는 청춘 영화. 패션, 음악, 사고방식, 그리고 연애와 섹스에 대한 고민 등 당시의 또래 문화를 상당히 중립적인 시선으로 시대상을 담은 이런 영화는 과장 조금 보태서 인류학, 문화사적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큰 갈등이나 무거운 주제 없지만 의외로 당시 노출 수위는 꽤 있는 편이라 놀랍다. 당대의 얼굴 중 하나였던 피비 케이츠 역시 과감해주시는데, 케이츠의 빨간 비키니 차림을 본 브래드처럼 당시의 혈기 넘치는 관객들도 화장실을 찾진 않았을까.


'헤이트풀 에잇'의 그 미친 아줌마가 이 영화에서 스테이시를 연기한 제니퍼 제이슨 리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기억이 있다. 한창 예쁘던 시기의 커스틴 던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상큼한 미소가 매력적인 스테이시는, 사실상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을만큼 입체적인 캐릭터. 남자 복은 더럽게 없으면서도 늘 사랑을 원하는, 한심하지만 차마 동정하고 싶진 않은 귀여운 인물이다.


이 영화가 케빈 스미스 세계관, 특히 '몰래츠'에 끼친 영향은 너무나 명확해서 말 할 것도 없는데, 특히 항상 대마초에 절어있는 숀 펜의 캐릭터는 '제이'의 전신으로 보인다.


지금 보면 재미있는 트리비아도 있다. 포레스트 휘태커야 얼굴이 크게 나오는 꽤 비중있는 단역이니 그렇다 쳐도, 니콜라스 케이지가 마치 '월리를 찾아라'처럼 숨어있는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영화 외적인 얘기지만, 

영화를 통해 과거를 추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80년대를 예로 들자면, 80년대를 다룬 현대의 영화를 보는 방법이 있고 8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 그 시절을 지나 온 세대들로서 공감하는 정서와 감성이 있을 것이고, 후자에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방식을 선호한다. 동정적 시선 없이 과거를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음에 그렇다. 그래서 안타깝다. 한국에는 여러가지 정치, 사회적 이유로 당시의 문화 자체를 조명한 청춘 영화의 명맥이 끊긴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빌어먹을 90년대 한국 청춘 영화를 갖지 못했다.


덧글

  • 동사서독 2016/05/07 21:00 #

    몇 년 전 나온 조셉 고든 레빗 감독 주연 영화 돈존 오프닝에 빨간 수영복 입은 피비 케이츠 그 장면이 잠시 등장했었죠. ^^
  • 멧가비 2016/05/11 02:17 #

    그 장면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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