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정만 놓고 보면 슈퍼히어로판 [해리 포터] 쯤 되시겠다. 슈퍼히어로라는 개념이 유전적 형질에 의해 가업으로 이어지는 세계관, 그리고 그들을 양성하는 학교가 주무대라는 점에서 그런데, 주인공 윌은 호그와트 세계관으로 치자면'스큅' 쯤 되는 반푼이. 어떤 면으로는 금수저의 서민 체험이라고 할까. 슈퍼히어로 양성 학교의 사이드킥반, 즉 열등반 학생들이 큰 일을 해낸다는 이른바 '루저들의 반란'을 다룬 전형적인 스토리인데 정작 결말은 주인공이 혈통빨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식이니, 좋게말하면 안전한 결말이고 솔직히 말해 존나 싱겁긴 하다. 마블 스튜디오가 없던 시절의 디즈니가 만든 슈퍼히어로 영화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
하이스쿨 계급 코미디의 클리셰를 바탕으로 한 청춘물이기도 하다. 일종의 열등반인 사이드킥 클래스를 너드와 기크로, 히어로 클래스를 못된 운동부와 치어리더로 치환해도 똑같은 이야기다. 열등반에 속한 윌이 우등반 중에서도 여왕벌 캐릭터인 그웬과 미묘한 관계로 발전하면서 열등반 친구들과도, 특히 소꿉친구인 레일라와 충돌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관계의 끝이 결국 히어로-빌런 대결 구도로 귀결된다는 점에서는 학교 계급 간 소통을 다룬 [조찬 클럽]의 백퍼센트 오마주는 아니고, 적당한 인용 쯤 되겠다.
물론 그저 전형적인 플롯만 따르는 건 아니고 그 안에서의 반전과 배리에이션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다. 그리고 기본이 되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로서도 충실하다. 브루스 캠벨, 린다 카터 등 이쪽 장르 팬에게는 재미있는 캐스팅인데 개인적으로는 커트 러셀이 더 재미있다. 개인 취향이지만 커트 러셀은 슈퍼히어로 역할에 가장 안 어울리는 배우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히어로라니! 오래 전 디즈니가 만든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사나이" 어쩌고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던 거겠지.
연출 마이클 미첼
각본 폴 헤르난데즈, 마크 매코클, 로버트 슐리
덧글
주인공이 엄마+아빠의 초능력을 둘 다 갖게 된다는 결말은 영화 보는 내내 그렇게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걸 그냥 혈통빨이니 금수저니 하는 시각으로 보는건 너무 현대한국의 사회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자식이 어머니 아버지의 장점을 모두 이어받아 이전 세대보다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그런 상징을 담은 이야기인데 말이죠.
인크레더블즈는 넓게 보면 디즈니 라인업에 들어가겠습니다만, 픽사가 디즈니와 결별한 직후에 만든 작품인 걸로 알고 있어서 배제했습니다. 혹시나 틀린 'fact'가 있다면 그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수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