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哭聲 (2016) by 멧가비


기존의 나홍진 영화들과는 결이 다르다. 폭력의 쾌감과 불쾌감으로 꽉 채워진 지극히 물리적인 영화였던 전작들과 달리, 애초에 물리적인 충돌에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고 그나마의 폭력들도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고 있다.


푸닥거리 배틀 장면의 몰입감(만)은 엄청나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기진맥진 롤러코스터의 연장선. 하지만 그 뿐, 나머지를 채우는 분량은 허풍선이다. 졸라 잘 만든 두 시간 반 짜리 맥거핀.


모든 영화가 명료한 결말을 줄 의무는 없다. 하지만 기승전결의 과정에서 명료한 결말을 향해가는 분위기를 제시하며 몰입감을 고조시켰다면 관객은 그에 상응하는 결말을 돌려받고 싶다. 적어도 나는 영화가 납득할 만한 결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 기꺼이 따라갔다. 하지만 내내 궁금했던 '누가' 그리고 '왜'에 대한 대답을 나는 돌려받지 못했다.


'누구'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대체 뭔지는 모른다. '왜'에 대한 대답은 애초에 그런 것 설명할 의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라도 분석하고 결론 내릴 여지 조차 없다.


결과적으로 남는 건 하나 뿐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몰입했던 걸까. 엉뚱한 데다가 정신력을 쏟았다. 마치 샤말란의 '빌리지'의 결말처럼 여기까지 따라 온 것만으로 바보가 된 기분이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고 마무리 지어도 좋을, 예를 들어 '토요 미스터리'류 프로그램의 한 꼭지 정도로 충분했을 이야기를 두 시간 반 짜리 영화로 봤다. 돈값도 못하는 만원짜리 프리미엄 석에서.





연출 각본 나홍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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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6/05/11 23:38 #

    저는요... 너무 기대를 해서... ㅠㅠ 엠 16 끝땅가리 끝자리 영화관 맨 구석탱서 ㅜㅜ 세자리 짜리 옆에 커플 앉혀놓고 저혼자 퇴근하자 마자 기대에 부푼 맘에 가서 봣는데 이런 쓥탱구 진짜 님 말대로 나한테 똥 준 나홍진... 너무 무서워서 집에 뛰어오고 어깨엔 담걸림 근데 영화 이해가 안됨 진짜 나만 바보인가 2
  • 멧가비 2016/05/12 11:32 #

    차라리 무섭기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저는 공포 영화도 안 무서워서 안 보는 편이라...
  • 2016/05/12 02: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5/12 11: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DAIN 2016/05/12 04:12 #

    개인적으로 스탭진들 때리고 괴롭힌다는 루머가 돌던 감독이, 이 '소문이 의심을 낳고 의심이 암귀를 낳는' 영화를 통해서 그런 소문 같은 거에 현혹되지 말라능~ 하고 반쯤 농삼아서 던지는 걸로 변명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영화에서 불신과 의심, 타에 대한 배척, 자만과 독선 같은 것에 의해서 꾸려진 '악의의 삼위 일체' 같은 걸 만들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인 물건이기도 하네요.
  • 멧가비 2016/05/12 11:36 #

    불신, 배타주의는 알겠는데 자만, 독선은 어느 부분인지 제가 놓친 듯 해서 좀 더 디테일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 DAIN 2016/05/12 17:46 #

    작게는 부하 경찰이 물어온 소문은 처음에 헛소리 취급하다가 막상 자기가 의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내가 맞다고 우기는 꼰대스러운 독선부터, 무명 녀의 증인 확보했다고 혼자 확신을 갖고서 난리치는 부분이라던가, 자잘한 부분에서 점점 독선적이 되어간다 생각합니다.
    그러다 외지인의 집에서 무작정 설치고 하는 식의 폭주가 딸을 잃을지 모르는 절박감 때문에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아빠가 경찰이야 아빠가 다 해결할게~같은 자기 과신에서 출발하는 독선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은근히 부추기는게 '나만 믿으라'는 식으로 주인공을 휘두를 때마다 반대급부로 독선적인 모습이 강해지게 만드는 3축 중 하나인 도사 '일광'이기도 하고요.
    부분의 디테일로 보면 파출소 차량 청소 도구 정리 같은 작은 자기 일을 제쳐놓고 사건에 골몰하다 스스로도 점점 망가져 가면서 점점 고립되고 독선적이 되는 걸로도 볼수 있겠고요.
    하여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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