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by 멧가비




좋아진 것과 나빠진 것



주제의식 상실

찰스와 에릭은 여전히 방법론의 차이로 갈등하지만, 전작들에서 이어져 온 캐릭터성의 연장선상일 뿐. 이번 영화에서는 사실상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에릭이 또 다시 매그니토로 돌아온 이유는 뮤턴트 혐오 정서 때문이 맞지만, 정작 주도적인 면이 없이 아포칼립스의 하수인 노릇만 하다가 갈등은 금세 해소된다.

아포칼립스는 거창한 말들을 늘어놓지만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사건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벌인 일이었다. 캐릭터의 깊이가 딱 캡콤 아케이드 게임 수준인데, 오스카 아이삭의 연기로 그나마 지탱된다.




시리즈 성격의 변화

사라진 주제의식의 빈 틈에 장르적 쾌감이 채워진다. 바로 전작부터 폭스는 제작 실무에서 빠졌는데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참여 중이다. 시리즈가 점점 MCU화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하다. 물론 그 역시 폭스의 결정이겠지만.

MCU가 내 취향이긴 하지만 모두가 MCU 같을 필요는 없다. MCU와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폭스-엑스맨 시리즈의 앞날이 조금 불안하다.




좋아진 점

코믹스부터 시작해 영화판까지 그대로 유지된, 캐릭터를 일회용 종이컵처럼 쓰고 버리는 경향. 그게 조금 나아졌다. 특히 묵시록의 4기사는 그냥 쓰고 버리기에도 딱 좋은 소재인데 의외로 아주 조금씩이나마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붙어 나오고 활용도 꽤 제대로 하고있다. 스톰은 설정이 아예 바뀐 줄 알았는데,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지나가는 설정을 끌어다 쓴 거더라고. 이것도 꽤 마음에 들고. 사이클롭스가 모처럼 좋은 캐릭터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싱어가 연출한 작품 중 유일하게 울버린이 멋지게 나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설원으로 뛰쳐나가는 장면은 명백히 1편에 대한 셀프 오마주겠지. 느끼한 인간.




시리즈가 기대되는 지점

오리지널 삼부작에서 피닉스 포스는 진의 인격을 분리시키면서까지 '억눌러야 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선 찰스의 독려에 의해 해방된다. 즉, 이전처럼 진의 정체성과 나아가서는 세상을 위기에 빠뜨릴 검은 다크 피닉스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어떤 면에서는, 피닉스 포스를 벌써 이렇게 써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핑백

  • 멧가비 : 2016년 상반기 영화 베스트 2016-06-22 15:41:40 #

    ... 위기는 참 괜찮다. 딱 거기까지. 9. 곡성 본 영화가 별로 없어서 그나마 9위여러모로 불쾌하다 8. 주토피아 월트 디즈니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보인다. 7. 엑스맨 아포칼립스 CG의 매끈함 만큼 실종된 무게감 6. 컨저링 2 단 두 편만에 흔해 빠진 시리즈로 5. 배트맨 V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영화 자체는 10위권 간당간당 ... more

덧글

  • lelelelele 2016/05/26 19:23 #

    이번작에 마블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했나요? 항상 소니,폭스,유니버설에서 나온 마블영화들은 형식적인 감수정도로만 참여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제작의 주도권이 바뀐 건가요?
    처음 듣는 이야기라 많이 궁금합니다.
    현재 20세기폭스의 엑스맨 유니버스는 브라이언 싱어와 사이먼 킨버그의 주도로 제작이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앞으로 나올 스핀오프들도 저 2명이 영향력을 많이 발휘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마블이 실제작에 참여를 하나요?
  • 멧가비 2016/05/26 22:05 #

    잘은 모르겠지만 샘 레이미 시절의 소니 영화엔 마블 쪽의 입김도 꽤 셌던 걸로 알고 있어서요.
    게다가 전작 데오퓨부터 브라이언 싱어의 냄새가 많이 옅어져서, 싱어가 마블 친화적으로 변했거나 싱어의 권한이 약해졌거나가 아닐까 짐작하는 중입니다.
  • lelelelele 2016/05/26 22:54 #

    멧가비 // 개인적인 생각엔 제작자 사이먼 킨버그의 입김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 사람 주도로 진행하는 엑스맨 스핀오프 시리즈들(뉴뮤턴츠, 갬빗, 데드풀, 엑스포스) 들이라던지,
    코스튬의 변화나 코믹스의 몇몇 요소들이 전시리즈에 강하게 반영된 게 아닐까 합니다.
    최근 인터뷰를 보니까 싱어감독이 킨버그를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자기랑 잘 맞는다고 칭찬하더군요.
    기획자로서는 뛰어난 모양인지라 코믹스에서 뽑아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제안하고, 각본을 집필하는 걸 보면요.

    과거 샘레이미 시절의 마블입김은 당시 사장인 아비아라드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마블을 나온 후에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강한 영향을 미친 걸 보면요.. 거기다 최근 베놈제작루머까지 이 사람이 주도하려는 분위기도 있고..
  • 닛코 2016/05/26 22:17 #

    스파이더맨 홈커밍 같은 경우는 마블이 세계관 조율 정도만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폭스 쪽은 그보다도 더 없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 멧가비 2016/05/28 11:54 #

    그런가요? 소니가 그 동안 망쳐 온 사례가 있으니 케빈 파이기한테 실질적인 주도권을 줄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죠? 좀 의외네요.
  • 닛코 2016/05/29 21:21 #

    소니쪽에서는 흥행수익을 기대하지만, 마블쪽에서는 캐릭터 나눠쓸 수 있는 기회+소니가 망해서 아예 되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 혼재되어 있어서 그렇답니다. 이 영화가 잘 되어도 마블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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