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묘지 Pet Sematary (1989) by 멧가비


어렸을 때 처음 본 느낌은 액면 그대로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무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자라서 다시 봤을 때 영화는 '마약 중독'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첫 시도는 차에 치어 죽은 애완 고양이. 동기는 '호기심' 혹은 '누군가의 권유'다. 다분히 '아님 말고'의 태도로 시작된 첫 경험은 그저 얼굴에 흉터가 조금 남는 정도로 그치며, 아직은 기분 나쁜 경험 정도로 여기고 넘어갈 수 있는 시점이다.


두번째는 사고로 죽은 아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애완 고양이는 주인의 얼굴에 발톱 자국을 남기는 정도였지만 살아 돌아온 아들은 메스를 쥔 살인마로 돌변한다. 그러나 조금 무리하자면 여기까지도 되돌릴 수 있는 시점이다. 아들이 살해한 옆집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고 마을에 다른 이웃도 없으니, 본인의 양심이나 죄책감을 함께 묻을 수만 있다면 아들의 좀비를 처리하고 아무도 모르게 숨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들의 좀비가 아내를 살해하고 만다. 아들의 죽음은 비극적인 사고사였을 뿐이지만 그 아들의 좀비가 아내를 죽인 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다. 아들의 시체를 인디언 묘지에 묻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선택이 이제 다음 번의 시도를 불러오는 연쇄 작용으로까지 번진 것.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중독'으로 주인공 의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성마저 내려 놓게 된다. 아내의 좀비에 의해 본인이 살해당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도를 넘어,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 없게 되어버린 거겠지.


가만 생각해보면 아들의 좀비에게 살해당한 옆집 할아버지는 본래 선량한 사람이었던 것과는 무관하게 일종의 처벌을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몰랐을 인디언 묘지의 비밀을 의사 양반에게 알려준 것은 즉 마약을 권유한 공급책으로 은유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할아버지는 의사와 만날 때마다 맥주를 권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무덤에서 돌아온 망자들은 이성을 잃고 미쳐있을 뿐 '살아서' 돌아왔으니 엄밀히 따져서 좀비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 또한 마약 중독자의 폭력성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맥락에서, 뇌수가 드러난 대학생 유령은 의사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양심의 목소리의 역할일테지.



연출 매리 램버트
원작, 각본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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