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론의 대모험 The 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 (1989) by 멧가비


긍정적인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다.
거짓말은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한다.
거짓말은 누군가의 호감을 사게 만들기도 한다.
거짓말은 때론 모두를 속여 실체없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화처럼,
그 거짓말의 거짓말 혹은 낙관성이 부풀어 현실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풍인지를 알 수 없는 남작의 모험담은 낙관과 낭만으로 가득 차 있다. 거대한 거짓말은 되려 모두를 믿게 만들듯이, 거대한 낙관주의는 현실의 피폐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전쟁에 지친 시민들을 기상천외한 모험담으로 달래는 이야기.


아날로그 기술의 극에 달한 특수 효과를 통해 구현되는 기발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의 허풍들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는 것 자체가 영화의 전부이기 때문에 플롯의 정교함이나 내러티브의 설득력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영화의 마지막에 가선 도무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을 만큼의 모호함으로 끝맺기 때문에 이것만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현실과 공상의 경계가 희미하고 무의미한 듯 하지만 클라이막스 까지는 알고보면 또 알기 쉽게 나뉘기도 하는데, 정작 마지막에 가선 그 모든 게 허풍이었다는 건지 아니면 사실인 건지, 허풍이라는 게 사실인 건지 사실은 허풍이었다는 건지 기묘한 선문답과 같은 장면으로 끝난다. 개인적으로 해석해 보는 두 가지 버전.



첫번째는,

극단 여배우들의 치마로 만든 열기구를 타고 날아가는 도입부부터 남작과 네 부하의 슈퍼히어로같은 무용담까지 모두가 진실이다. 남작이 총에 맞아 죽는 것 까지도 진실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살아돌아온 남작의 부분은 죽음의 순간에 남작이 꾸는 마지막 꿈인 거지.


두번째는,

연극판에 남작이 난입한 것까지만 진실. 이후 나머지 전부는 군중의 시름을 달래기 위한, 혹은 어린 샐리가 겪는 전쟁의 공포를 달래주기 위한 남작의 허풍. 작중 묘사되듯이 남작은 늙고 지쳐 이미 죽어가고 있었고 죽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 전투의 승패와는 별개로 죽기 전에 남작이 풀어놓는 마지막 이야기 보따리라는 것.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기분 좋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냥 이야기에 구멍이 많은 것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진짜로 영화가 던진 해석의 여지를 이리 저리 생각해보는 즐거움이란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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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공상의 세계를 향해 떠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는 플롯은 '오즈의 마법사', 정확히는 39년작 영화판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 세계에서 만난 인물들이 같은 얼굴, 다른 관계로 공상 세계에서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이 영화는 상기한 바와 같이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정확히 나누는 대신 그라데이션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게 차이점.


남작이 영화 속에서 가장 먼저 늘어놓는 허풍은 터키 술탄과의 일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키와의 전쟁이 바로 그 때문이라고 썰을 푼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의 원인을 상상력으로 대체하는 것, 바로 원시 신앙의 세계관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팀 버튼의 '빅 피쉬'는 분명 이 영화(혹은 원작 소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을 거라고 본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The Adventures Of Baron Munchausen



연출 각본 테리 길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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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닛코 2016/05/31 23:27 #

    저 이 원작소설을 너무 좋아해서 작년에 구입했을 정도예요. 영화는 예전에 티비에서 했던 거 조금 본 듯한 기억이... 미국 영화였습니까?
    그런데 빅 피쉬도 원작이 있지 않던가요?
  • 멧가비 2016/06/01 03:32 #

    그렇군요 빅 피쉬도 원작이 있던 거였죠 참... 그럼 혹시 그 원작 소설이 이 영화나 이 영화의 원작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싶네요. 이게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던 작품이라...

    영화는 영국 영화죠. 감독은 영국색이 짙은 미국인이고요. 영화는 정말 한 번 꼭 보세요. 원작의 상상력을 완성시켜주는 좋은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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