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2004) by 멧가비


영광스럽던 슈퍼히어로 활동과 은퇴 후의 답답한 삶이라는 설정은 결혼 생활의 현실감을 은유한다. 도입부 인터뷰 장면에서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평범한 삶에 대한 바람을 피력하지만 현실은 가장이라는 무게에 치여 늘 미간이 주름 져 있는 샐러리맨 생활. 엘라스티걸은 결혼 같은 거 관심 없다며 선을 긋던 자신만만한 아가씨였지만 애 셋을 낳고 집에 눌러앉은 현실의 주부다.


특별히 불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특별히 새삼 좋을 것도 없는 중년의 부부. 그러던 중에 인크레더블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작중에서는 바람 피우는 것으로 오해한다, 쯤으로 끝났지만 실제로 그것을 은유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크레더블이 히어로 전선에 복귀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현실에선 바람 피우는 남자의 변화 클리셰와 일치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물론 영화 전체를 메타포로 간주하면 여기저기 위험한 구석이 많긴 하지만.


팬보이에서 아치 에너미로 성장하는 신드롬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딱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의 찌질이 타입. 요새 말로 따지면 신상 털이, 관종짓, 주작질 등 온갖 찌질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새로운 세대의 사회악에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등장 인물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꼬맹이 대쉬. 캐릭터도 귀엽지만 단독 액션 분량이 제일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대쉬가 초반에 비뚤게 나가는 것도 이해가 간다. 슈퍼스피드 능력을 가진 꼬마에게 천천히 움직이라니, 강남 금싸라기 땅을 상속시켜줘 놓고선 새우깡이나 사 먹으라는 소리잖아.


사무엘 L. 잭슨의 프로존은 짧은 등장이지만 매력있게 시선을 강탈한다. 정수기 물 한 잔 마시고 능력을 쓰는 부분이 압권. 장르 변주였던 '언브레이커블'을 제외하면 잭슨이 정통 슈퍼히어로물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신호탄 격 작품이라는 의의도 있다.



핑백

  • 멧가비 : 메가 마인드 Megamind (2010) 2016-06-02 20:13:59 #

    ... 름들은 왜 갖다 쓴 건지. 선악론은 다소 뻔한 감이 있지만, 도전 목표를 잃은 승부사의 고독함을 묘사한 부분은 짧지만 확실히 더 재미있다. 어떤 면에선 '인크레더블'에서 신드롬이 되고 싶었던 모습을 긍정적으로 재현해놓은 캐릭터가 메가마인드라고 볼 수 있겠다. ... more

  • 멧가비 : 신기협려 神奇侠侣 (2011) - 무림의 슈퍼히어로 2016-08-06 10:43:43 #

    ... . 닭살 돋는데 둘 다 참 귀여우시다. 은퇴하고 십년 째 결혼 생활을 지속 중인 왕년의 슈퍼히어로 커플이 겪는 사소한 위기는 바로 외도에 대한 심증. 이는 픽사의 '인크레더블'의 영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 외에 무성 영화 패러디라든지, 카니발 등 미국식 소재를 중국풍으로 변주한 잔재미들이 가득한 "창조적 우라까이"에 가까운 영화 ... more

  • 멧가비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 2018-12-27 13:11:51 #

    ... 부담스럽거나 장황하게 풀렸을 "평행우주"라는 소재가, 애니메이션 환경에서는 얼마나 간편하고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적 증명이다. 여태까지는 픽사의 [인크레더블]이나 월트 디즈니의 [빅 히어로] 등 단발성 텍스트로만, 혹은 [레고 배트맨 무비]처럼 너스레 위주인(정통이 아닌) 메타픽션을 통해서만 구현됐던 "정통 슈퍼히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