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Contact (1997) by 멧가비


우주를 동경한 것도 아니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괜히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설레곤 했던 기억이 있다. 까만 하늘에 별이 총총이 박힌 그림 그 자체에 심장이 뛰는 유전자가 인간에겐 있는 거라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막연히 우주에 대한 동경과 낭만을 즐기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진리라고 믿는 미지의 것을 탐구하는 자세에 대해, 과학과 종교의 다름 동시에 같음을 얘기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불편한 지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불가지론자라면 또 몰라도.


탐사선 파일럿 선발과정에서 엘리는 신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전 세계의 95퍼센트가 어떤 형태로든 신의 존재를 믿고 있으니 외계로 나아가는 인류의 대표도 반드시 그 안에 속해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동반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논리와 이성 대신 '편 가르기'만이 담겨있다. (질문을 한 당사자와는 달리 그 질문의 의미에 수긍한 다수의) 그들은 이미 숫자의 문제를 앞세워 종교를 절대적인 것으로 단정지은 것이다. 종교가 갖는 비이성적인 측면, 즉 이해 불가한 고차원의 물리적 체험을 종교적으로 해석해버릴 높은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거나 반대로 그것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솔직한 답변을 한 엘리 대신, 모두가 듣고 싶어하는 대답을 한 데이빗 드럼린이 탐사대원으로 낙점되는 결과까지 가면 노골적이다. 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믿고 싶으니 믿는다는 종교의 비이성적 측면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웜홀과 시간 왜곡을 통해 우주를 체험한 엘리의 증언은 의심 받고 무시된다. 증거가 없는 개인적인 체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 이것이 종교계의 셀프 디스인지, 아니면 반대로 '과학이라는 것도 증거가 없으면 종교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하고 싶은 그저 자위인지 그 의도는 불분명하다. 아쉽게도 엘리의 증언과 그에 대한 반박을 둘러싼 종교계의 구체적인 반응은 영화에서 묘사되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찜찜한 질문을 남길 뿐이다.


그 찜찜함 만큼 모호함도 남는다. 아예 이도 저도 아니고 정말 과학자가 종교적 체험을 한 것일 수도 있다. 18시간의 잡음은 실제 우주의 체험일 수도 있지만, 시간 왜곡 공간에서 엘리가 뇌 기능에 오류를 겪은 증거일 수도 있다. 아무튼 사람 감질나게 하는 외계인 새끼는 존나 얄밉다.


주제의식과 별개로, 영화에서 악역을 담당했던 데이빗 드럼린의 개소리 역시 여운을 남긴다. 세상이 공정하길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정치가들의 공허하고 기계적인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시킨다.





연출 로버트 저메키스
각본 마이클 골드버그, 제임스 V. 하드
원작 칼 세이건 (동명 소설,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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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컨택트 Arrival (2016) 2017-02-02 18:17:14 #

    ... 등은 사실 모두 맥거핀이다. 게다가 신비스럽게 등장한 외계인의 시각적 구현 역시 관객에게 소구하는 부분은 아니다. [미지와의 조우]라던가 수입 제목이 같은 97년작 [컨택트]와는 분명히 결이 다른 영화다. 영화의 핵심은 언어가 그 습득자에게 끼치는 영향, 그 한계에 대한 상상력이다. 영화를 요약하면 시간 개념이 우리와 다른, 시간을 ... more

덧글

  • 화려한불곰 2016/06/03 20:20 #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너무 공간낭비 아닐까? 정말 세월이 지나도 우주영화중에선 명작인것 같습니다.
  • 멧가비 2016/06/05 00:29 #

    우주가 안 나왔어도 걸작 우주 영화였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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