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Zootopia (2016) by 멧가비


미국의 유명 브랜드나 실존 인물을 슬쩍 주토피아식으로 바꿔 넣거나 월트 디즈니에 대한 셀프 패러디 등 가벼운 유머들이 귀엽다. 의인화 하면서도 각 종의 특성 역시 놓치지 않는 캐릭터 설계나 액션 장면은 놀라울 정도이고, 추리물의 장르를 차용해 수사 과정을 통해 세계관을 설명하고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스토리텔링 "방식" 자체는 꽤 테크니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행정, 탈세, 불법 복제 영상물, 인공차별 공론화, 마약, 악덕 민원처리 등 성인 관객에게 어필하는 소재들을 사용한 것은 '가족 영화'라는 전통이자 한계에 대한 도전이자 실험인 듯 보이기도 한다.


인종 차별에 대한 담론을 은유함에 있어서 육식-초식의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 대형종-소형종 등으로 세분화한 점에서는 사자를 사바나의 왕으로 상정했던 '라이온 킹' 시절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통제할 깜냥이 안 되는 담론을 건드림으로서 영화는 또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한다.


주인공 주디 홉스는 기본적으로 빈민층 흑인에 대한 은유인데, C-word, 토큰 버니 등의 단어를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런 주디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딛고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마치 모든 문제에는 단순하고 건강한 해결법이 있다는 듯한 순진해 빠진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 동시에 '물리적으로 약한 종'이라는 설정을 덧붙임으로서 서구 사회 아시아인의 은유도 일부 포함하는데, 수학을 잘하고 운전을 못한다는 등의 인종적 편견을 단순히 농담 거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르마딜로로 표현된 빈민층 아파트의 인도계 중년, 도너츠를 좋아하는 뚱뚱한 말단 경찰 공무원 등 인종적 혹은 계층적 한계를 규정짓은 뉘앙스를 담은 스테레오 타입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마피아 보스를 선인으로 묘사하는 부분에선 도덕적인 문제까지 발생한다.


애초에 큰 전제부터가 틀렸다. 편견을 타파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말하는 영화가, 동물의 야생성(다양성)을 억제하고 인간을 모사한 삶의 틀에 맞춰 사는 세상을 '유토피아'라고 부르는 상상력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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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타마 2016/06/07 09:12 #

    새로운 시각이네요. 훌륭합니다.
  • 발가락 2016/06/13 16:27 # 삭제

    저도 주디가 - 말단이긴 해도 - 경찰이면서 마피아 보스랑 짝자꿍 하는 데서 "어?" 싶더라고요. 필요에 의한 거였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사적으로도 아무 반감이 없네요. ㅋㅋ 관심사가 출세였어요. 정의보단.
  • 멧가비 2016/06/13 23:00 #

    패러디에 급급해 최소한의 성찰을 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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