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고든 제국의 종말 Flash Gordon (1980) by 멧가비



'벅 로저스'라는 단군 할아버지 급을 제외하면, 스페이스 오페라 계보의 조상님 쯤 되는 동명 코믹스의 유일한 극장판 영화.


장르의 특성에 비해 활극성은 다소 약하지만 재미있는 소재들과 뛰어난 미술로 충분히 커버가 된다. 음악이야 말하면 입 아프고. 프레디 형의 상큼한 목소리가 귀에 환청으로 남을 정도니.


너무 대놓고 이름부터 몽고인 우주 제국. 실제 몽고 제국의 공포가 30년대 까지도 남아 있었던 건지, 그저 기믹만 빌려다 썼을 뿐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본 영화에서 묘사하는 몽고 제국은 의외로 양키 오리엔탈리즘의 불쾌한 면이 많이 느껴지진 않는다. 황제 밍은 전형적인 푸-만추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꽤 품위있고 젠틀한 악당. 이미 제왕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인지 뻔한 야욕을 불태우는 대신 마지막까지 로맨티스트로 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끝판왕답게 좀 더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으면 좋았을텐데, 사랑에 눈이 멀어 결혼식을 강행하다 무력하게 패배하는 모습은 아쉽다. 즉, 임팩트 있는 악당은 아니라는 것.


주요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하나같이 사랑 때문이다. 플래시가 쌩판 남의 우주에서 깽판을 치는 것도 사랑 때문이고, 오오라 공주가 조국을 등진 것도 사랑 때문. 불탄의 망설임도 따지자면 애민심(愛民心) 때문이니 이 역시 사랑이 근본에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활극이라 정의내려도 무방할 정도.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의 어원인 '소프 오페라'의 본분에 충실하기까지 하다면 너무 과대포장일까.


서부극의 재구성인 스타워즈나 섹슈얼 팝아트였던 바바렐라처럼 본 작품만의 뚜렷한 색깔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쉽다. 차라리 앗쌀하게 키취적이던가 존나 불쾌할 정도로 양키 테이스트 오리엔탈리즘을 밀어 부치는 게 작품에는 나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