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덕 Howard The Duck (1986) by 멧가비

제작 유니버설 픽처스

어느 비디오 대여점을 가도 이 영화의 테입이 하나 씩은 꼭 꽂혀있던 시절에야 아무 것도 모르니 그냥 존나 미친 영화 하나 있네 하고 웃으면서 봤지만, 현대 기준으로 생각하면 존재 자체가 신기한 의문 투성이의 영화다.


도널드 덕을 닮은 생김새와 달리 지극히 성인 취향적인(그러나 PG 등급인!) 영화인데, 인형옷을 입은 암컷 오리의 젖꼭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도입부에서부터 이미 영화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리 젖꼭지는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데, 당연히 성적인 볼거리의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을 것을 굳이 왜 넣었나 싶기도 하지만, 반대로 성적인 대상이 아니니 안될 거 뭐 있나 싶기도 하다.


'백 투 더 퓨처'에 이어 또 한 번 귀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리아 톰슨(베벌리 역)의 매력. 일부 장면 쯤 가면 하워드와 베벌리의 우정인지 뭔지 모를 관계가 다소 위험해 보이는 수준까지 묘사된다. 특히 침대 신은 여러가지 해석의 여지를 일부러 남긴 듯한 미묘한 장면.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이 병신같으면서도 웃긴 맛이 있는데 그 중 으뜸은 제닝스 박사의 빙의 모드. 우주에서 소환된 암흑의 군주가 발동 걸리는 데도 뭔가 존나 오래 걸리고, 발동 걸리는 과정에서도 귀여울 정도로 덜 떨어져 보인다. 보기 드문 끝판왕 캐릭터.


의도된 건진 몰라도, 인종차별에 대한 은유도 읽힌다. 하워드는 먼 곳에서 타의에 의해 끌려온 이방인인데, 시작부터 온갖 편견과 구경거리 신세에 지쳐간다. 고향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던 그가 타향에서 직업 소개소를 통해 얻은 일자리는 터키탕의 허드렛 일. 결정적으로, 하워드에게 시비거는 레스토랑 손님들이 남부 레드넥의 차림새를 하고 있다. 하워드와 베벌리가 동침하는 모습을 보고 께름직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모습은 백인-비백인 간의 사랑을 백안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풍자였을지도 모르겠다. 백인-비백인의 베드신을 묘사한 영화가 9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대적으로는 꽤 앞선 풍자.


디즈니로 판권이 회수된 것이 확인됐으니, 차후 MCU 영화에 어떻게 다시 출연할지 기대된다.


덧글

  • nenga 2016/06/16 21:50 #

    도중에 뜬금없이 성인 취향인 부분이 나와서
    전 더 좋았습니다.
  • 멧가비 2016/06/17 01:14 #

    저도 그게 좋으면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처음부터 성인 대상으로 만들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아서요.
  • 포스21 2016/06/16 23:53 #

    그러고보니 80년대엔 참 머라 말하기 힘든 센스가 넘쳤던거 같아요. 이 하워드 덕 영화도 그렇고... 전 그냥 왠 록가수 무대장면만 기억납니다. ^^
  • 멧가비 2016/06/17 01:15 #

    그 록가수가 리 톰슨입니다.
  • 더러운 눈의여왕 2016/06/17 03:12 #

    이미 보셨겠지만 가오갤 쿠키에서 등장했으니까요.
    아마도 가오갤2에서 정식 데뷔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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