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자 The Punisher (1989) by 멧가비

제작 뉴 월드 픽처스


때는 근육질 총잡이들이 은막을 주름잡던 시대. 슈퍼히어로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온갖 장르가 다 들어있는 마블 코믹스에도 시대에 부합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퍼니셔 되겠다. 시류에 편승하려는 자본가들 눈에 띈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


전문 감독도 아닌 , '람보2'와 '코만도' 출신의 에디터에게 연출을 맡기고,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아놀드 슈월츠네거보다는 마이너한 느낌이었던 신생 갑빠 돌프 룬드그렌에게 퍼니셔 역할이 주어진다.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함량 미달인 조합으로, 애초에 B급일 수 밖에 없는 기획. 그런 것 치고는 영화가 굉장히 경제적으로 잘 만들어진 셈이다.


이야기는 단순히 퍼니셔의 복수극만을 다루지 않는다. 퍼니셔의 자경 행위에 의해 세력이 약화된 백인 갱 조직과, 그들의 어린 자녀들을 납치한 경쟁 야쿠자. 그리고 갱의 자녀들을 구출해야 하는 퍼니셔. 영화는 퍼니셔가 자신의 사적 복수에 책임을 지는 이야기다.


퍼니셔에게 주어진 딜레마는 복수와 선의, 두 갈래 길에서의 선택이다. 결국 자경단과 영웅의 차이점에 대한 담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구출된 토미가 범죄 조직 두목인 아버지와 자신을 구해준 영웅 퍼니셔의 사생결단을 지켜보는 장면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꿈보다 해몽인 부분이지만, 야쿠자들과의 마지막 싸움에서 끝판왕이 모두 여자들인 점이 인상깊다. 여자라고 어쭙잖게 봐주다가 불알 걷어차이는 멍청한 짓 대신 짤탱이 없이 목을 꺾는다. 기름진 마초이즘과도 선을 긋는 역설적인 페미니즘이 아닐지.


당시 미국 영화에서 흔히 표현되던 일본에 대한 경계를 가부키 화장한 여성의 얼굴로 표현하는 것은 '블레이드 러너'의 영향이 아닐까 싶고, 장르적으로는 '리틀 도쿄'나 '크라잉 프리맨' 등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데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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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펜더블'만 본 관객이나, 완벽히 B급 배우가 됐던 전성기 돌프 룬드그렌의 험상궂은 캐릭터만 기억하는 세대라면 모를 얼굴. 이 시절의 룬드그렌은 거구일 뿐만 아니라 상당한 미남이었다. 스탤론이나 슈월츠네거 같은 레슬러 타입보다는 척 노리스에서 이어지는 양키 파이터의 계보에 가까웠는데,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조금 먼저 자리를 차지한 장 끌로드 반담에게 밀려 만년 2인자였던 비운의 배우이기도 하다.



덧글

  • 포스21 2016/06/16 23:58 #

    큭, 그러고보니 이것도 한번 보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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