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 2 The Conjuring 2 (2016) by 멧가비



공포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하게 만든 게 바로 전작이었는데, 단 두 편만에 흔해 빠진 시리즈로 떨어진다. 이 영화는 내가 공포 영화를 끊게 만들었던 이유를 정확히 반복한다.


잘 만든 공포 영화는 관객의 내부에 있는 상상력이나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정서로 영화를 완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전작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캐치해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물리적으로 꽝꽝 때려대는, 다른 영화들이 흔히 쓰는 바로 그 수법을 쓴다. 귀신 얼굴이 딱! 하고 튀어나오고, 시끄러운 소리가 뻥! 하고 터진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심장은 뛰지. 그건 무서운 게 아니라 놀라는 거다. 당연히 존재하는 반사 신경이 반응할 뿐. 자이로드롭 떨어지는 것보다 나을 게 없는 물리적인 자극이다.


게다가 그렇게 심장을 때려대는 노림수들이 어느 정도 반복되며 그 수가 읽힌다. 패턴과 타이밍을 읽을 수 있으니 어느 지점을 지나면 놀라지도 않게 된다. 영화가 힘차게 뭔가를 뻥뻥 때려대는데 나는 무덤덤한, 그 불쾌하게 따돌림 당하는 기분. 꼬부랑 할배 나오는 부분에 가면 실소를 하게 된다. 후기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무섭지도 웃기지도 않은 어중간함이 떠올랐다. 영화의 모든 노림수를 합쳐도 전작의 박수 짝짝 하나만 못하다.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와 달리 영화 속 호지슨 가족의 사정은 명백히 진실이다. 정황상 그렇게 보일 뿐, 그들이 워렌 부부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워렌 부부가 기차를 탔다가 다시 돌아오게 만든 반전은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그냥 영화 분량만 길게 만들 뿐. 오히려 흐름을 끊고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느낌이다.


워렌 부부의 로맨스가 유독 강조되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 존나 안 궁금하다고. 음식에 자신 없는 식당에서 스끼다시로 대충 뭉개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스끼다시도 입맛에 안 맞으니 이런 곤욕이 또 없다.


수녀복을 입은 악령의 비주얼 만큼은 인정. 로레인의 꿈에 첫 등장할 때는 정말 압도적이다. 다만 그 역시 노출이 과하다. 익숙해지다못해 친숙해 보일 정도로 많이 나온다. 악마를 물리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름' 마저 사실은 악마 스스로가 알려줬었다는 반전이 나올 때 쯤엔 너무 허무해서 웃을 힘도 없다.


이게 감독 없이 자본의 논리로만 시리즈화 될까봐 전작부터 걱정이긴 했는데, 이번 영화는 그래도 제임스 완이 직접 연출한 걸 알고 있으면서도 보는 내내 믿기지가 않는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만 자꾸 들더라.


물론 영화를 잘 만들긴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다. 뻔한 노림수라고 생각하는 그것들을 배치하고 터뜨리는 타이밍은 정말 정교하다. 귀신 분장도 아주 잘 그린 그림처럼 매력있다. 다만 그것들이 나한테 전혀 안 먹혔을 뿐이다.


다음 편도 완이 연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전혀 다른 성격의 1편과 이 영화 중 어느 쪽의 맥락을 따라갈지가 문제라고 본다. 물론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특히 공포 영화의 경우는 산업적으로 안정적인 2편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아쉽다. 1편부터 이런 영화였으면 아예 기대를 안 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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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별개의 이야기지만, 실제 인물인 워렌 부부와 호지슨 가족이 함께 보냈을 시간들을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마치 어느 쪽이 더 구라를 잘 치나 배틀 붙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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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요원009 2016/06/21 11:39 #

    흠.... 기대하던 영화였는데....
  • 멧가비 2016/06/21 19:41 #

    보세요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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