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Captain America (1979) by 멧가비


만화를 실사 영상물로 옮김에 있어서 매체에 적합하도록 각색하는 것 자체는 환영하는 편이다. 아니, 오히려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최소한의 선은 있으니, 그 만화 캐릭터를 가져다 쓰는 최소한의 이유 정도는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 선을 넘는다. 주인공이 캡틴 아메리카일 필요가 전혀 없는 영화.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는 40년대에 이미 '캡틴 아메리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정부 요원의 아들이다. 즉, 스티브 로저스임에도 2대 캡틴인 셈인데, 스티브 본인은 군인도 아니고 애국심이나 반공 정신 혹은 그에 준하는 공적 동기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만화가이자 전직 바이크 레이서일 뿐인데, 만화가 설정은 참 쓸 데 없는 데서 원작 고증에 충실하다.


그나마 슈퍼 솔저 실험에도 거부감을 표시할 정도이니, 결과적으로는 캡틴 아메리카 이름을 달고 있는 전혀 엉뚱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스티브 로저스를 제외한 등장 인물 모두 원작과는 무관한 오리지널 캐릭터들이기도 하다. (아마도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 딱 하나만 판권 계약된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영화가 한 시간이 넘어가서야 성조기 수트를 입고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데, 아무래도 예산에 한계가 있는 TV영화이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맨 몸 액션보다는 바이크 스턴트가 주로 강조되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이 재미있는데, TV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독수리 특공작전(Street Hawk)이나 전격 Z 작전 (Knight Rider) 등의 80년대 슈퍼 메카 액션 장르 붐보다 앞서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로는 버트 레이놀즈의 '스모키 밴디트' (Smokey and the Bandit, 1977)로 부터,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특촬 히어로물, 특히 '가면 라이더'로부터도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더 위로 올라가면 메카 액션 끝판왕, 애덤 웨스트의 '배트맨'과 '007 시리즈'가 있다!


나름대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들의 양분을 받아 먹었으면서도 정작 아류의 한계를 넘지 못한 측면. 또한 캡틴 아메리카도 아니면서 이름만 갖다 쓴 점 괘씸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었던 90년작 에 비하면 적어도 최소한의 개성은 있는 작품이다.


제작 유니버설 픽처스




덧글

  • 소시민A군 2016/06/22 20:12 #

    놀라운 재해석이라고 우기면 놀랍긴 하군요. 스핀오프 설정 같은 느낌입니다.
  • 멧가비 2016/06/24 01:23 #

    재해석이라고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 잠본이 2016/06/23 00:13 #

    가면 라이더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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