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怪談 (1964) by 멧가비


단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60년대 당시 기준으로 봐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영화는 분명히 아니다. 정통 호러로서 공포를 조성하기 보다는 고전미를 풍기는 기담(奇談) 모음집에 가깝다.


영화는 일본의 전통 무대예술인 노(能)를 닮아있다. 음침하게 생긴 온나노멘이나 한냐 등의 캐릭터 가면 대신 배우의 맨얼굴로 시연된다는 점만 다를 뿐. 평면성과 여백의 미를 통해, 설녀나 귀신 등 기이한 존재들을 위로하는 처연한 기담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제거된 사운드. 특히 배우들의 움직임이 격해지는 장면에서 더욱 사운드는 깊이 숨는데, 시각이 아닌 청각에서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는 대단한 예술적 시도라고 생각한다. 평면적인 카메라 앵글과 함께, 더더욱 노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미장센들.


구전 기담을 소재로 삼고 노를 형식으로 삼은 만큼, 이야기의 정교함이나 개연성이 아닌, 다분히 인상주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로 즐기기에 좋은 영화다. 특히 수공예 미술 장치의 예술적 수준이 상당히 높다.



에피소드

1. 흑발 黑髮
조강지처를 버린 사무라이가 후회로 미쳐 죽은 이야기.

일본 괴담에 저주 혹은 원한의 매개체로 자주 등장하는 여자의 검은 머리칼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가 좋다.


2. 설녀 雪女
일본 전통 기담 중 한국인에게도 가장 익숙한 '말하지 말랬잖아' 이야기. 한국에선 흔히 달걀 귀신 이야기로 어레인지 되기도 하고, 코믹 공포 옴니버스 만화인 '공포 학교'에서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독자적으로 재해석한 버전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넷 중 제일 재미있고 아름답다.


3. 귀 없는 호이치 耳無し芳一の話
파괴적인 원한이라기 보다는 미련에 가까운 집착으로 남은 원혼들의 처연함이라는 점에서 '메모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귀신을 피할 주문적 용도로 온 몸에 불경을 써넣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인상적인데, 한국 영화인 '요 (1980)'가 이 장면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많이들 기억되기도 한다.


4. 찻잔 속 茶碗の中

넷 중 가장 모호한 이야기.
어쩌면 찻잔에 갇힌 물귀신 이야기였을지도.



연출 고바야시 마사키
각본 미즈키 요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