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3 RoboCop 3 (1993) by 멧가비


무리한 기획이다 못해 이율배반적이기까지 한 영화다. 이미 앞선 두 편이 R등급으로 개봉됐는데 그 정식 후속작을 PG-13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건 마지막으로 한탕 시원하게 뽑아먹겠다는 계산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했던 전작들을 생각하면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총체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의 주제의식과 기조를 이어가려는 시도가 엿보여서 좋다. 신자유주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다뤄지고 있는데, 전작들의 불안한 치안과 고용불안정을 넘어 이 영화에선 아예 나찌의 행색을 한 용역 깡패들이 무법자들과 결탁하고선 시민들을 닭장차에 태우는 지경에 이른다. 지옥같은 도시에서 이제 그 지옥을 감수하고서라도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는 것.


물론 비판의 여지도 있다. 공공 기관의(=치안의) 민영화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두고 꽤 섬세한 사회 갈등을 묘사하다가, 이 영화에선 갑자기 일본과 나찌라는 '제3의 적'의 끌어들여 판을 키워버린다. 때문에 전작들의 문제들이 마치 거대한 물결로 한방에 휩쓸려 떠내려 간 느낌이 든다.


예수를 모티브로 삼은 상징성도 여전히 이어가는데, 라자러스라는 이름의 박사가 로보캅을 소생시켰으니 꽤 재미있는 역할 반전이다. 박사 이름이 대놓고 라자러스인 건 혹시 어린이 관객들도 알아먹으라는 배려였을까.


대개의 삼부작에서 세번째 영화가 그러하듯이 정작 주인공에 대해서는 더 할 이야기가 없게 된다. 로보캅 역시 마찬가지이다보니,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해킹 신동인 꼬마가 주인공이고 로보캅은 그저 RC 로봇처럼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철인 28호'의 영향인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캐릭터성 유지에 실패한 듯. 게다가 그 꼬마는 겉으로만 해커지 사실상 만렙 마법사나 마찬가지다.


칼잡이 로봇은 기괴한 맛이 있어 꽤 좋은 소재라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잘 못 만나 서로 손해 보는 느낌이다. 


무리한 상업적 욕심과 그에 따른 기획 실패라는 장애물을 뚫고 창작자의 비전, 특히 전작들에 대한 예우만큼은 돋보이는 영화다. 앞선 두 편들과 사뭇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보면 더 나은 작품일 수도 있었을 것을 보이는데 눈 먼 자본의 논리로 용두사미가 된 점이 몹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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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hristopherK 2016/06/28 12:36 #

    제작비화긴 하지만, 배우가 바뀌었는데 슈트는 그대로라서 사이즈가 안맞아 대단히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있죠.
  • 멧가비 2016/06/28 20:07 #

    네 참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분명 다른 데서 제작비를 줄였어도 됐겠다 싶은 부분이 많은데..
  • 남중생 2016/06/28 22:24 #

    아아 PG-13으로 하향조정해서 전편들에 비해 유치뽕짝해진거였군요...
  • 멧가비 2016/07/03 09:30 #

    반드시 그런 건 아니겠지만 큰 영향이 있었다고 봐요
  • 노을 2016/07/02 23:22 # 삭제

    로보캅 2편, 3편의 각본은 프랭크 밀러가 담당했는데 2편 제작 때는 자기 각본을 제멋대로 뜯어고쳐 이상하게(?) 만드는 바람에 열불이 뻗친 밀러가 로보캅 3편 각본은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써서 던져줬는데 이번에는 그 제멋대로인 각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제작하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한동안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만화를 영화화하는 것도 거부했을 정도로 분노했다는 카더라가 있더군요.(...)

    어디까지나 카더라이기 때문에 신빙성은 없습니다만(...)
  • 멧가비 2016/07/03 09:32 #

    실사판 청개구리 우화군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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