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탐구 - 시빌워의 캡틴과 토니 스타크 by 멧가비


군인인 캡틴 아메리카는 협의안에 반대하고 자본가인 토니 스타크는 협의안에 찬성하는 것이 "아이러니"라는 해석이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둘은 시리즈 내내 보여왔던 성향 그대로를 고수한 것일 뿐이다.


MCU의 캡틴 아메리카는 뼛속부터 군인인 사람이 아니다. 그는 2차대전에 참전하려는 이유를 단순히 '불한당들이 싫어서'라고 밝힌면서 국가에 충성하겠다는 이념 같은 것은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닉네임과 성조기 수트는 그가 자칭한 것도 아니고 그의 성향에 맞게 붙여진 이름도 아닌, 그저 채권 홍보 마스코트 활동의 부산물일 뿐이다. 오히려 그는 탈권위적인, 어찌보면 아나키스트에 가까운 인물이며, 단지 그가 군에 입대할 수 있는 나이인 시점에서 마침 2차대전이 진행되고 있었을 뿐이다.



'퍼스트 어벤저'에서는 캡틴이 미술에 소양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해당 장면은 원작 반영이기도 하지만 캡틴의 자유로운 (예술가적)성향을 나타내는 장치로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자유를 큰 가치를 두는 모습은 '윈터 솔저'에서 알기 쉽게 드러나기도 했고.



반면 토니 스타크는 자본가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인 자본가들의 탈정부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 그가 주력했던 사업이 군수 사업이라는 점이 그것을 반증한다. 심지어 1편 시점에서는 경쟁자 없이 거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는 근본부터 '국가의, 혹은 강한 힘에 의한 통제'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입장이었다. 1편에서 텐링즈에게 빼돌려진 무기들을 파괴한 것은 자사의 무책임한 거래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통제되지 않은 힘을 수습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조금 더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흩어져있는 미국의 권력을 집약하기 위한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힘에 의한 통제에 집착하게 된 결과물이 바로 3편 수 많은 수트들이다. 물론 뉴욕 침공 사태에 의한 불안감이 원인이었으나 결과는 1편과 마찬가지. 자신의 수트가 악용되어 미국의 대통령이 납치되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하자 수트들을 전소(全燒) 시킨다. 같은 실수의 반복이다.


그리고 같은 실수의 또 한 번의 반복이 최악의 사태로 번졌으니, 바로 소코비아 사태. 영화 도입부에서 아이언 리전들을 이용해 소코비아의 군중들을 통제하는 모습은 그의 통제광(control freak) 성향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진 모습이다.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것 처럼 보이는) 성공적인 통제에 탄력 받아 만든 것이 바로 울트론이었으니, 그는 어쩌면 늘 자신의 통제광 성향과 스스로 싸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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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토니 스타크와 로보캅 2016-07-02 15:28:18 #

    ... 관은 어쩌면 토니 스타크가 무의식적으로 꿈꿨던 세계관의 궁극적 실현 형태일 수도 있다. 혹은, MCU의 다른 영웅들이 없었다면 이미 실행됐을지도 모르는 모습이다. 앞서 쓴 글에서 해석했 듯이, 스타크는 강한 힘에 의한 통제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옴니콥과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그의 성향이 다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실제로 ... more

덧글

  • ㄴㅂ 2016/07/02 15:43 # 삭제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제가 끼워맞춘 해석이었는지 렉스 루터를 논하는 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루터는 '힘을 가진 [인간]이 정의를 행해야 하며, 그 최적격자는(=가장 강한 [인간]은) 자신이므로 자신이 정의를 행해야 한다' 라고 믿는 캐릭터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멧가비님이 쓰신 고찰도 이 해석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 멧가비 2016/07/02 16:02 #

    그러고보니 렉스 루터와도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군요. 루터에 대한 그 해석에 동의합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영화 속 스타크는 그 의도가 순수하지만 루터는 넘치는 자의식과 공명심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인물이지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르다고 봅니다. 스타크가 "누군가는 통제해야 해"를 주장한다면 루터는 "내가 통제하겠다"라고 외치는 차이일 거예요. 그래서 루터는 오히려 브루스 웨인과 더 닮았고요. (물론 웨인은 아무도 못 믿어서 그러는 거지만..)

    루터였다면 스타크처럼 고분고분 협의안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니면 오히려 본인 주도로 본인에게 유리한(휘두를 수 있는) 협의안을 만들었겠죠. 그러려고 대통령까지 해먹은 거 아닐까요.
  • 나인테일 2016/07/02 21:57 #

    같은 재벌이라도 자신의 재력을 장난감 사는데만 쓰고 권력에 대해서는 큰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배트맨과도 비교가 되네요.
  • 멧가비 2016/07/03 09:33 #

    스타크가 권력지향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그렇지만, 배트맨과는 다른 성향의 사람이라는 건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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