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바바 鬼婆 (1964) by 멧가비


전국시대. 병사 징집으로 둘만 남은 키치의 어미와 아내는 탈영병의 시체에서 얻은 장구류와 병장기를 조정에 되파는 시체 파밍 비즈니스를 생업으로 삼는다. 전장에서 온 키치의 부고, 키치와 달리 살아 돌아온 마을 청년 하치의 등장. 그 순간을 기점으로 고부(姑婦)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직 젊은 며느리는 하치와 정을 통하고 시어미는 그것이 못마땅하다.


리비도에 따라 움직이는 며느리의 단순한 욕망과 달리 시어미의 것은 복잡하다. 아들을 잃은 슬픔, 아들을 버리고 온 하치에 대한 원망, 그리고 그 자신도 가진 성욕이 뒤엉킨다. 금세 다른 남자에게 넘어가는 며느리가 밉고, 며느리를 빼앗으려는 외간 남자가 밉고, 남자에게 안길 수 없는 늙은 몸이 한스럽다.


겨우 목숨만 부지하는 전란의 시대에 등장인물 모두가 원초적인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동안, 시어미는 같은 동물적 본능과 인간으로서의 어두운 감정 모두를 겪는데, 우연히 손에 넣은 한냐(般若) 가면에 힘입어 원한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가면이라는 것은 간혹 자신의 다른 내면을 대신 드러내주는 역할이기도 하니까.


'한냐'는 원한에 사로잡힌 여인이 오니(鬼)로 변한 요괴다. 홀로 인간성을 붙들고 살고자 했던 시어미는 그 인간성이 왜곡되어, 가면보다 흉측한 요괴의 얼굴을 갖게 된다. 그 지옥도(地獄道)와도 같은 시대는 식욕과 성욕 이상의 감정을 갖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흑백의 콘트라스트로만 구성된 화면은 등장인물들의 얼굴에도 음영을 때려서, 표정으로 드러내는 감정을 한층 부각시킨다. 서슬퍼렇게 정색하는 시어미의 본 얼굴이 한냐 가면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다분히 연출의 힘이었을 것이다.






연출, 각본 신도 카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