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샤인 Sunshine (2007) by 멧가비


내부 침식 중인 태양을 폭발시키기 위해 두 번째 이카루스가 날아간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오만하거나 무모한 대신, 인류의 존망이라는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있을텐데 어째서 이 유인 우주선들엔 이카루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일까. 죽어가는 태양을 살리겠다는 것 자체가 신에 대한 도전이었을까.


영화는 확실한 대답을 주진 않지만 영화가 이카로스와 같은 꼴을 당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마치 하드 SF와 같은(존나 지루한) 연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영화는 그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즉, 과묵한데 지적이지도 않은 영화라는 것.


하드 SF인 척도 제대로 못하는 전반부가 지나가면 미스테리 스릴러로 장르가 변한다. 그리고 역시나 영화는 과묵하다. 뭔가 재미난 그림이 막 펼쳐지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르겠어서 어리둥절해 하는 동안 재미난 거 다 지나간다. 극중 인물들은 지들끼리만 뭔가 급박하다. 같이 좀 가자 쫌.


후반부가 되면 슬래셔 장르가 튀어나온다. 어디서 나타난 이카루스 1호의 선장이 제이슨 부히스같은 짓을 한다. 그런데 이 놈이 그냥 살인마가 아니라 태양 파워를 온 몸으로 흡수한 괴력의 초인이다. 이 정도면 영화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결론은 1호기 선장이 미친놈이었던 거고, 그 미친놈 하나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뻔 했던 거다. 종교를 까고 싶은 영화인가.


생각해보면, 이카루스의 인공지능이 자비스만큼이나 대단하던데 그냥 무인기를 보냈어도 될 일이다. 인간을 까고 싶은 영화였을지도.


우주를 배경으로한 그럴듯한 장르들을 다 해보고싶었던 무모함이야말로 날개 잃고 추락한 이카로스와 같다.



연출 대니 보일
각본 알렉스 갤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