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어로 Big Hero 6 (2014) by 멧가비


평범한 과학도들이 스스로 슈퍼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역설적이게도 테크놀러지 통제의 필요성이 더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히로시와 캘러한은 각각 '복수자'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히로시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베이맥스를 살인 로봇으로 타락시켰으며 캘러한은 그만의 복수를 이루려는 과정에서 히로시라는 또 다른 복수자를 낳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둘의 복수에는 모두 로봇 공학이 이용된다.


만일 이 영화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내에 속한 작품이었다면 히로시의 마이크로봇이 시연된 발표회장 어딘가에 이미 쉴드 요원들이 배치되었을 거란 상상을 해봤다. 작품 관람 대상 연령을 생각하면 자세한 세계관이 생략된 것이 당연하지만, 당장에라도 도시 하나 쯤은 궤멸시킬 수 있는 과학 기술들이 민간의 손에서 자유롭게 운용되는 것은 바꿔 말하면 치안이 개판인 세계관이라는 소리다. 영화는 그 단면 중 밝은 부분만을 보여줬을 뿐, 영화 속 세계관 어딘가에서 히로시에 준하는 천재가 나쁜 마음을 먹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어딘가 익숙한데, SF적인 외피를 벗고 생각해보면 중국식 무협에 가까운 세계관이다. 민간 개개인들이 나라를 휘저을 수 있는 무력을 손에 넣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계관 말이다. 그러고보니 형의 복수, 탈 쓴 괴인...단지 미장센만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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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원작 파괴라는 비판도 일부 있었는데, 아주 오래전 부터 동화들을 재해석해 온 월트 디즈니 클래식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딱 좋은 각색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 하나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축소판을 통채로 모델링했다고 한다. 아까운 소스 썩히지 말고 그 배경 소스 그대로 활용해서 통 크게 (아캄 시리즈같은) 오픈월드 액션 게임 하나 출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디즈니는 그 쪽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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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6/07/21 00:22 #

    첫머리에서 히로가 참전하는 뒷골목 로봇배틀도 스케일이 작아서 그렇지 잘못 쓰면 무기 만들기 딱 좋고 말이죠... 무협의 구조라는 점은 미처 생각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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