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by 멧가비


픽사의 철학적인 탐구가 어린이 영화에서 가볍게 다루는 수준을 슬슬 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선입견일지는 모르나, 클래식 디즈니에서 이런 소재를 다뤘더라면 버럭이와 슬픔이 등으로 구성된 악당들에게 잡혀갔던 기쁨이가 탈출해 헤드쿼터로 무사귀환하는 이야기 쯤으로 끝났을 것 같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기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성숙한 인격이란 반드시 긍정으로 가득 찬 것만이 아닌, 밸런스를 맞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태도가 맘에 든다. (조지 루카스는 이 간단한 진리를 몰라서 프리퀄을 망쳐놓았다.)


연출면에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마치 감정들이 라일리(본체)의 인격을 컨트롤 하는 것 같지만, 반대로 라일리의 주도적인 언행에 감정 요정들이 역으로 반응하기도 하는 모습이다. 사람이라는 게 본디 가진 성품이 외적인 인격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무심코 드러내는 자신의 언행에 역으로 영향을 받아 감정이 변하고 인격 형성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수준있는 고찰이 느껴진다.


가장 공감가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초반 슬픔이의 사보타주 행위다. 이건 슬픔이가 나쁜 의도를 가졌다던가 멍청해서가 아닌, 감정이라는 게 본디 그런 것이라는 걸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늘 밝고 가벼운 마음을 유지하고 싶지만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슬픈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들이 있거니와, 그걸 억누르면 터진다는 것을 참 찰떡같이 묘사했다.


라일리 외에 다른 캐릭터들의 감정 본부를 보여주는 장면도 재미있다. 라일리처럼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캐릭터의 경우 감정들이 각자 목소리를 높이거나 따로 노는 데에 비해, 라일리의 부모만 봐도 각각 감정들이 색깔은 뚜렷하지만 그들이 드러내는 성격의 톤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이는 아마도 각 감정들이 조화를 이루어 상대적으로 성숙한 인격을 갖췄음을 상징하는 듯 하다. 개와 고양이의 대비가 그래서 재미있다.


교훈이 있다면 역시 버럭이다. 모든 섬들을 버럭이 혼자서 붕괴 시켰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버럭이가 대체적으로 막타를 때리긴 한다. 정말 현실적으로 와닿는 묘사다. 늘 한 끗 차이를 못 참아서 망치는 게 인간 관계니까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찜찜한 건, 초반에 사고치는 캐릭터처럼 묘사되어 자칫 어린 관객들에겐 민폐 캐릭터처럼 인식될 수도 있는 슬픔이가, 하필 외모도 안경 쓴 너드 아웃사이더처럼 디자인 된 점이다. 이건 어린 아이들이 갖는 외모적인 편견을 잘못 건드릴 수도 있는 부분이라 조금 아쉽다.



기술적으로도 꽤 맘에 드는데, 감정 캐릭터들의 모델링을 매끈한 덩어리가 아닌 수 많은 입자의 집합으로 디자인해서 얼핏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을 3D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의도야 어쨌건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든다.


색채를 쓰는 테크닉도 좋다. 픽사야 워낙에 색감 잘 쓰지만 이 영화에서는 색상 자체를 기호화해서 표현하는 센스마저 선보인다. 특히 기쁨이와 슬픔이의 관계를 보색 대비로 포지셔닝한 부분은 간단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다. (이건 조지 루카스도 참 잘 했었는데)


추상화 구역에선 감탄했다. 진짜 추상적인 기분이라서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좋았던 장면. 추상화 구역에서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가 조금 더 보고싶어졌다.


캐나다 꽃미남 분신술은 픽사 작품에서 보기 힘든 병맛이라서 신선했다. 인간 지네가 문득 떠올랐다.


속편 계획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라일리가 조금 성장해서, 감정들이 서로 협력을 통해 조금 더 복잡한 부수적 감정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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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6/07/21 00:16 #

    추상화 영역은 진짜 기막혔죠. 어릴적 상상의 친구가 승리의 열쇠라는 것도 슬프면서 짜릿했고.
    이것만 해도 충분히 애들에겐 좀 어려운 수준이라 더 성숙한 속편을 내놓기는 만만치 않을 듯 합니다.
  • 멧가비 2016/07/21 17:46 #

    그래서 좀 애매해진 것 같더라고요. 어른 눈으로는 조금 더 깊었으면 좋겠는데 애들은 이미 충분히 어려워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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