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2002) by 멧가비


좀비 영화에서 '거울 나라 앨리스'를 모티브로 잡은 건 꽤 재미있는 선택이다. 주인공 앨리스는 인공지능 붉은 여왕에 맞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냥 목숨을 잃지 않는(인간인 채로 남는)것만으로도 죽어라 뛰고 싸워야 하는 개고생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리즈 중 유일하게 건질만한 영화다, 정도가 아니라 공포 영화 자체로 평가하더라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활극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영화는 호러 장르로서의 정체성도 꽤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좀비가 등장하기 전 까지의 공포의 대상인 레드 퀸을 그저 'HAL 9000'의 아류에 머물게 하는 대신, 마치 하우스 호러의 유령처럼 묘사한 부분이 재미있다. (레드 퀸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스카이넷이 그래서 아쉽다. 슈월츠네거 헌정에 집착하지 말고 스카이넷 그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서 좀 더 집중 묘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덕분에 영화 시작 40분이 지나서야 좀비가 등장하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어쩌면 이 영화는 시리즈가 지날 수록 변질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통 좀비 영화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좀비를 뺀 나머지 부분에서도 이 영화는 좋았고 후속작들은 좋지 않았을 뿐.


장르 치곤 고어 장면이 많지 않은 영화이기도 한데, 레드 퀸의 레이저 트랩은 간단한 CG로도 꽤 아이디어 좋은 고어를 연출한 명장면 중 하나다. 아무래도 97년작 '큐브'의 영향일텐데, 당시로선 이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


배신자 스펜서 역의 배우를 토마스 제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 확인해보니 전혀 엉뚱한 배우였다. 잘 모르는 배우지만 좀비 연기 하나는 끝장나게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부 다 흑발에 시커머죽죽한 의상인데 앨리스 혼자 밝은 금발에 야할 정도로 빨간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점이 당시로서도 좀 웃겼다. 마치 진흙탕에 혼자 핀 꽃처럼 완전히 밀라 요보비치 밀어주기로 작정한 영화처럼 보였다.




연출, 각본 폴 W.S. 앤더슨


덧글

  • rumic71 2016/07/26 00:52 #

    * 최고의 대사는 "늬 남편 밥맛이야."
    * 게임팬들은 질 발렌타인의 의상이 제대로 재현된 2탄을 가장 높게 치는 것 같더군요. 전 겜알못이라 잘 모르겠지만.
  • 멧가비 2016/07/26 13:04 #

    옷에 집착하는 팬들은 어느 장르에나 있군요
  • 잠본이 2016/07/26 01:10 #

    미셸 로드리게즈의 취급이 너무나 슬퍼서 중간까지 잘보다가 낙담한 1人
  • 리퍼 2016/07/26 11:38 #

    그래서 후반 시리즈에서 주연등극해주셨잖아요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 멧가비 2016/07/26 13:06 #

    당시엔 무명배우였을텐데 조금 일찍부터 좋아하셨나봐요
  • 리퍼 2016/07/26 11:40 #

    그냥 오락영화로 봤는데 이런 해석은 또 처음이군요. 그러고보니 이거 전작, 이벤트 호라이즌도 다양한 오마주에서 변주를 한 것이니 차라리 그런 쪽으로 호러 신작을 만들었다면 일라이로스 분과는 다른 지점의 호러명장이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 멧가비 2016/07/26 13:08 #

    어떻게 해석한 들 그냥 오락 영화인 건 맞죠ㅎㅎ이 감독 사이즈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가 이벤트 호라이즌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좀 더 좋아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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