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벨 Jessabelle (2014) by 멧가비


기본적으로 영화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를 모르겠다 불평하는 건 사치라고 느껴졌다. 호러 영화로서 주려던 최소한의 정서가 뭐였는지도 모르겠는 판국이니 말이다.


불의의 사고로 애인과 뱃속의 아이를 한 번에 잃은 여자가 고향집으로 돌아갔는데 귀신까지 나타나고 지랄이다. 이 말도 안 되게 비극적이고 끔찍한 설정만 가지고도 훌륭한 영화가 나올 거라 생각했으나 오판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 영화의 함정들이 숨어있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사라 스누크의 연기다. 배우의 각본 해석력이 문제인 건지 아니면 감독의 연기 디렉션이 잘 못 됐던 건지 모르겠으나, 주인공 제시는 인생을 통채로 잃은 사람이라고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다. 기본적으로 태도에 그늘이 없으며, 다가오는 위협에는 공포 대신 호기심과 스릴을 느끼는 듯 행동하고 표정 짓는다. 마치 심령 동아리의 열혈 회원처럼 보인다.


그에 못지 않게 부두 주술에 대한 판타지를 영화가 너무 깊이(그리고 뜬금없이) 개입시킨다는 점도 집중을 흐리게 만든다. 기독교 세계관을 이용한 오컬트 대신 아프리칸 샤머니즘을 끌어들인 자체는 신선하다. 그러나 굳이 낯선 부두 주술을 사용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까놓고 말해서, 스토리가 흘러가는 데에 있어 부두 주술이라는 소재 자체가 끼치는 영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부두 주술이었어도 되고 아시안식 원한령이었어도 상관 없다. 즉, 그저 신선함을 위한 신선함이었을 뿐 필연적 요소는 아니었다는 것.


느닷 없이 불륜 요소가 등장하는 것도 몰입을 방해해서 거슬리고, 남자가 여자 귀신이랑 대낮에 몸싸움을 벌이는 부분 쯤 가면 B급 코미디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아주 고오맙게도 영화는 엉뚱한 곳에서 공포를 던져준다. 저주의 주체인 죽은 자들의 소름 끼칠 정도의 뻔뻔함, 그리고 영화 내내 전혀 주체적이지 못하고 눈만 동그랗게 뜨는 제시의 처지에서 말이다. 제시는 아무 죄도 없고 저주를 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게 제일 무서워서 황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