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핑퐁 Balls Of Fury (2007) by 멧가비


'켄터키 프라이드 무비'의 용쟁호투 패러디 파트를 조금 장르적으로 다시 풀어낸 느낌이랄까. 이소룡의 '용쟁호투'를 베이스에 깔고 중국식 무협 클리셰들을 곳곳에 배치했는데 정작 주인공은 쿵푸가 아닌 탁구의 마스터라는 점에서 이미 재미있다.


무협 클리셰를 뻔뻔하게 연기하는 아시안 배우들이 이목을 끈다. 정작 중국인이 봤다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겠지만, '빅 트러블' 같은 영화처럼 현실이야 어쨌건 미국인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중국 판타지를 코미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건 이 영화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지고보면 영미권의 판타지는 늘 특정 문화권에 대한 왜곡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저 유명한 '반지의 제왕'도 중세 유럽에 대한 판타지적 왜곡이며 '스타워즈'는 일본 시대극과 나치를, '매트릭스' 조차도 SF에 중국 권법 판타지를 자기들 입맛에 맞춰 성형해놓은 것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들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영화를 그런 걸작들과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판타지의 원리가 그렇다는 것 뿐.)


남의 문화를 들여와 자기들 입맛에 맞게 로컬라이징 하는 것은 단지 영화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따지자면 이 영화는 뉴욕 길거리에서 사먹는 미국식 중국 면요리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알고 보면 가장 터지는 부분은 제이슨 스콧 리 장면이다. 주인공 랜디가 차이나타운에서 탁구를 사사받으려 하자 "외국인에게 기술을 전수하면 안된다"며 길길이 날뛰는 껄렁패 역할을 맡았는데, 이는 '드래곤'에서 자기가 당했던 걸 엉뚱한 영화에서 엉뚱한 사람한테 화풀이 하는 느낌이라서 웃기다. "드래곤이 널 찾아갈 것이다"라는 노골적인 대사까지 하니 말이다. 심지어 그 '드래곤'이라는 녀석은 더 웃기다.


B급 맛의 코미디 영화치고 캐스팅은 훌륭한 편이다. 출연만으로 영화에 B급 풍미를 주는 마치 MSG같은 배우 캐리 히로유키 타카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크리스토퍼 월켄의 능글맞은 연기는 귀엽기까지 하다. 이런 영화에서 낯익은 제임스 홍 역시 출연하고 있는데, 바로 '빅 트러블'에서 사악한 중국인 마법사 역할을 했던 바로 그 노인네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