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코가면 けっこう仮面 新生 (2012) by 멧가비


일본 속담 중에 "머리는 감추고 엉덩이는 감추지 않는다 (頭隠して尻隠さず)"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눈 가리고 아웅"과 비슷한 뜻인데, 속담처럼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놓고 괜히 엉덩이는 훤히 드러낸 일본의 슈퍼히어로가 있다. 겸사겸사 가슴도 보여주고 음부도 보여주고, 이것은 박애주의인가 고도의 자학인가.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일단 설정이 그렇단다.


겟코가면이 다니는 학교는 일종의 엘리트 양성 기관을 자칭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맹목적인 엘리트 주의에 목이 묶인 채 강압적인 교육 시스템에 의해 학대당한다. 조회 중 졸았다는 이유로 지하 고문실에 끌려가 (성적 학대를 포함) 고문을 당하는 지극히 네거티브 판타지적인 세계관인데, 학생들은 어째서인지 학대를 감내한다. 이는 이 고문 학교라는 무대가 일본 사회의 한 단면 그 자체에 대한 은유, 마음대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애초에 아니었던 것. 일찌기 애니판을 본 바 있는데, 그 쪽에서는 아예 선생인지 선도부인지가 나찌 복장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고문 당하는 학생들을 구해주는 겟코가면은 특별한 초능력도 없고 그 정체 역시 아무도 모른다. 수 많은 시리즈가 제작되었지만 그 가면 속 정체가 드러난 적 역시 없다고 한다. 이는 익명성을 가진 수 많은 시민 중에서 체제를 바꿀 영웅이 나타나길 바라는 염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영웅 없다"는 냉소일 수도 있다. 수 차례 애니화, 실사화 되면서도 늘 똑같은 이야기 뿐이고 서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는 후자에 가깝다고 해석하고 싶다.


영화는 더럽게 재미없다. 예산이 더해지면 더해질 수록 만들어지기 힘든 영화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만 돈을 더 발랐으면 앗쌀하게 만화적 상상력이 들어간 B급 영화던가 아니면 유사 특촬물이라도 됐을텐데 정작 이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니다. 분명 나가이 고의 원작이 가진 매력의 1할도 채 못 살렸을 것이다. 열 번 이상의 실사화가 되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정식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첫 영화가 이런 식이면 프랜차이즈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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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하기로는 1, 2위를 다투는 B급 슈퍼히어로가, 일본 TV 특촬의 조상님인 월광가면의 이름을 패러디한 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게다가 월광가면은 꽁꽁 싸맨 녀석인데.


덧글

  • rumic71 2016/08/01 20:06 #

    뭐 어차피 원작 만화에서 벗긴 걸 실제로 재현했다는 점이 중요한 작품이죠. 게다가 한 두 편 나온 것도 아니고. 여럿이 단체로 몰려나왔던 적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마보로시 팬티& 포코이다 쪽이 좀 더 나아보였습니다. 뻔할 뻔자였던 건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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