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넘버 포 I Am Number Four (2011) by 멧가비


지구에 숨어든(백인의 외모를 한) 외계인 아이들이 있고, 그 애들을 잡으려는 못생긴 외계인들이 또 있다. 왜 못잡아 먹어 안달인지 세부적인 설정은 얼렁뚱땅 넘어가지만 그딴 게 그리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있어봤자 플롯 상에서 별 기능을 못하기도 할 거고. 어느 날, 아홉 명의 아이들이 외계로 떨어졌다! 하는 식으로 후뢰시맨 같은 설정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마침 그 아이들도 딱 대여섯명 남았으니.


틴에이저 로맨스의 또 다른 소재적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면 되겠다. 예전에 한국 드라마를 두고 "변호사가 연애하고 의사가 연애한다"라는 자조적 농담이 오가곤 했었는데, 미국 틴 무비 쪽에도 그런 서브 장르가 생길 날이 머잖았다고 본다. 뱀파이어도 연애하고 좀비도 연애하는데 외계인도 연애할 수 있는 거지. 참 틴에이저 판타지적이면서 또한 CW 드라마적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스몰빌'이랑 겹치는 구석이 많다.
(때문에 영화는 CW 초능력 드라마의 한 시즌을 압축한 듯 보이기도 한다.)


외계인이니 뭐니 해도 본질은 틴에이저가 꾸는 몽정 꿈이다. 그것도 슈퍼파워 몽정 꿈. 까불락대는 일진쟁이들 혼내줄 완력도 있고 폼나게 점프도 할 수 있고, 심지어 키 없이 차에 시동도 걸 수 있다! 그 뿐인가. 부모의 부재는 틴에이저 판타지의 오랜 전통이지 않는가. 마침 여자친구는 지금은 청순하지만 꽤 놀았던 전력이 있으니, 적어도 쑥맥은 아니란 소리이기도 하고.


원작도 따로 있다고 하니 아마도 시리즈로 기획된 작품일텐데, 적당히 다음 편이 기대되면서 동시에 예상된다. 새라는 납치될 것 같고, 새로 등장한 넘버링 외계인은 성격 까칠한 배드애스 백인이거나 우직한 흑인이거나 성격 좋은 동양인이거나. 아예 전대물 구성으로 가도 재밌을 것 같다. 확실한 건, 넘버 식스는 열혈이니 절대로 핑크는 아니다.


---

개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