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팔콘 Capitão Falcão (2015) by 멧가비

포스터부터 그 유명한 BATMAN #9의 커버를 커버!


실존했던 포르투갈의 독재자 '안토니우 살라자르'에게 충성을 바치는 팔콘 대위는 국가(체제)를 수호하는 군인 영웅이라는 자의식에 가득 찬 인물이다. 공산주의자들을 소탕하며 기세가 등등한 그는, 가족사진보다 살라자르 총리와 찍은 사진이 더 많을 정도로 독재 정권에 똥꼬라도 바치라면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파시즘의 광대로 묘사된다. 대외적으로는 온건했던 살라자르가 뒤로는 파시즘을 하청줬을 거라는 비판일지 모른다. 영화의 팔콘은 포르투갈의 게슈타포라 불렸던 'PIDE'에 대한 캐리커처 쯤 되겠다.


영화 속 공산주의자들은 모두 빨간 멜빵바지에 낫과 망치를 든 똑같은 행색을 하고 있는데, 마치 파시스트들이 뿌리는 삐라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다. 팔콘은 공산주의자들은 물론 (역시나 캐리커처화 된) 페미니스트들에도 치를 떨며 어째선지 노인 혐오적인 모습도 보인다.


파시즘 앞잡이인 자칭 슈퍼히어로가 그들의 묘사대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운다는, 다분히 해학으로 가득한 블랙 코미디의 성격을 띄고있다. 물론 영화가 진행되면 공산주의자들은 그저 이용당했을 뿐, 팔콘과 살라자르의 진짜 적은 따로 밝혀지는데 이들은 "4월의 꺼삐딴"이라 불리운다. 극중에선 에둘러서 언급되지만 "4월"이 진짜로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카네이션 혁명'이겠지.


날 선 비판보다는 적당히 과거의 살라자르 정권을 조롱하는 (마치 조선시대의 광대극처럼) 능글맞은 풍자극에 가깝다. 영화 속 주 사건의 배경은 68년인데, 사실 68년에 살라자르가 아직도 굳건하다는 것 부터가 이미 대체역사를 넘어 가상의 판타지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기본적으로 '그린 호넷' 시리즈를 패러디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데다가, 딱히 의미는 없는 것 같지만 중국식 무협과 일본 슈퍼전대 시리즈 역시 레퍼런스로 삼고 있다. "4월의 꺼삐딴"들은 중국식 창, 철퇴, 부채 등을 무기로 들고 있는데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각각 검정, 빨강, 파랑, 노랑, 분홍이다. 꺼삐딴 리더인 블랙이 팔콘과 맞붙는 장면! 녹색과 검정이 박 터지게 싸우는 장면은 슈퍼전대 시리즈 팬으로서는 의미심장하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팔콘의 사이드킥인 뻴지스(Perdiz, 자고새) 새끼 역시 곱씹는 재미가 있다. 역시 '그린 호넷'의 카토를 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인님보다도 무술에 뛰어난 동양인 캐릭터인데, 원래 일본계였던 카토와 달리 이쪽은 중국계여서 "중국계가 공산주의자들과 싸운다고?"라는 의아함이 있기도 했지만 알고보니 이 인간이 마카오 출신이다. 뻴지스는 죽기 전에 팔콘에게 "사실 너 존나 싫었더"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영국-홍콩의 식민-피식민 관계와 달리 포르투갈과는 꽤 온건한 관계지만 마카오 내부적으로는 그런 목소리도 있었다, 는 뜻은 아닐까.


팔콘의 외마디, "앙골라는 우리 땅이다!"

...어떻게 빵 터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