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2016) by 멧가비


허진호 특유의 색깔이 희석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건 허진호 영화가 아니다 이거겠지. 그러나 나 같은 사람에겐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 허진호 냄새마저 "아...허진호...." 하며 지루함에 탄식하게 만든다.


결과물은 그저 유년기에 대한 귀소본능이라는 집착에 사로잡힌 한 왕손의 인생? 쯤이다. 다 보고나면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 하는 의문 뿐. 어차피 고증 포기하고 픽션에 가깝게 각색하려면 확실하게 했으면 좋았을 거다. 차라리 국뽕 영화였다면 꼴뵈기 싫었겠지만 색깔만은 확실했겠지.


본격 멜로도 아니고 완전히 판타지를 가미해 장르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아닌,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정서가 뭔지 불분명한 영화다. 울기엔 슬프지 않고 웃기엔 재미있지 않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보여주려면 상대적으로 호의호식했던 이씨 왕족이 주인공이어선 안 되고, 장르적으로 갔으려면 박해일과 윤제문이 더 부각됐어야 했다. 박해일과 손예진, 일본 꽃미남의 삼각관계로 재해석했다면 정통 멜로일 수 있었겠지.


물론 그랬다면 '바람의 파이터'처럼 정체불명의 조선난민 멜로액션어드벤처라는 괴물같은 장르의 영화가 됐을 가능성도 있으니 이 정도에서 자제한 게 오히려 나은 건지도 모르겠고.


상영관에 노인 관객이 많더라. 그들에겐 어떤 의미의 영화일까. 영화 속 시절을 겪어 본 세대는 아닐텐데, 따지고보면 역사적으로 딱히 언급되지도 않는 덕혜옹주의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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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 터져서 거지꼴을 하고 있다가 덕혜옹주 잡으러 간 그 짧은 시간 안에 다시 깨끗이 씻고 새 옷까지 입은 한택수는 사실 츤데레가 아니었을까.


- 오향장육 드셔보셨습니까, 라는 대사가 왜 그렇게 웃겼는지 모르겠다. 그 장면만 뚝 떼서 중국 음식 프랜차이즈 CF에 써도 될 것 같았다.


- 이번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노골적인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