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2016) by 멧가비


굳이 따지고보면 영화의 톤이나 맥락도 산만한 감이 있고 재난물로서 각본이 썩 좋다고도 할 수 없는데 어쨌거나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게 되는 뭔가가 있다.


안에서는 하정우가 여전히 재미있는 하정우 연기를 하고 있고, 밖에서는 오달수가 휴머니즘을 쥐어 짜내고 있다. 다소 뻔하고 촌스럽지만 그게 꽤 먹힌다. 뻔하다는 것은, 그만큼 잘 먹히는 무언가가 반복되었다는 뜻이다. 뻔함 그 자체가 나쁘지 않다. 뻔하면서 재미없으면 나쁜 거고, 이 영화는 뻔하지만 재미있다.


터널 속 또 다른 매몰자의 존재는 호불호 갈리겠으나 난 좋았다.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또 다른 사회 문제도 건드리고 지나가는 지점도 있고, 같이 등장한 개와 함께 국면전환의 여러가지 장치들이 뒤엉켜 있는 점이 맘에 들었다.


확실한 건 정통 재난물은 아니라는 거다. 슈퍼히어로 장르 쪽에 '슈퍼'라는 영화가 있었듯이, 장르의 외피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정작 하려는 얘기는 다른 무언가. 재난물을 빙자한 풍자 코미디로 보면 뜬금없는 사건 해결과 결말도 그리 나쁘진 않다.


장르적으로 보면 사실 배두나 캐릭터는 통으로 들어내도 상관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리듬감 있는 영화가 됐을 것 같다. 배두나는 좋은 배우지만 이 영화에서 롤은 사실상 거의 없다. 세월호에 대한 메타포를 위한 장치로서만 존재한다.


세월호에 대한 메타포로서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재미없는 장면들도 있지만, 두번째 발파 때 하정우의 어깨 위로 흙이 쏟아지는 장면은 너무 끔찍하고 슬펐다. 흙이 마치 물처럼 흐르더라.


구조에 대한 희망을 버린 하정우가 스스로 굴을 판 건 좋다. 다만 오달수가 떨어뜨린 수신기로 우연히 해결되는 점은 아쉽다. 차라리 개가 굴을 파서 탈출했다면 더 아이러니하고 재미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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