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느슨하게 움직여 보기로 한 마지막 날.
신 고지라 배너를 보고 꽂혔다. 마지막은 고지라다!
고지라를 만나러 가기 위해 관광 안내 센터에 들른다.
차아암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얼굴이 입구에서 맞이한다.
한참 걸어야 해서 든든하게 먹기로 한다. 가츠동과 소바 세트.
가츠동은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일식 중 하나이고, 돈까스나 라멘과 달리 소바는 정말 현지에서 먹는 게 맛있다.
그렇다, 소바는 정말 맛있다. 날이 더워서 더 맛있다. 더위 맛.
후쿠오카 시 주오 구, 오호리 공원(大濠公園)을 가로질러 한참을 걷는다.
보도 사이에 흐르는 개울. 물 주제에 질감이 아름다워 사진 찍기로 한다.
물 주제에.
안 더울 때 오면 괜찮은 유원지일 것 같다.
이런 날씨에 오리보트 타는 모녀를 봤다. 당신들은 대단하다.
낚시 하지 말란다. 이런 더위에 낚시라니.
오히려 물고기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다 왔으니 힘 내란다.
힘 내서 다 왔다.
고지라 외에도 이것 저것 전시회가 많다.
피그몽 전시회는 없을텐데 피그몽 너는 왜 거기 있느냐.
일명 고지라전,
정식 제목은 고지라전 대괴수, 창조의 궤적 (ゴジラ展 - 大怪獣, 創造の軌跡). 거창하네.
후쿠오카시 미술관 (福岡市美術館)
입구.
여기서부터 사진 못 찍는다.
사진 찍으면 안 되는 줄 몰랐을 때 초입에서 찍은 사진.
꽤 많이 찍은 거 양심적으로 다 지웠는데, 딱 한 장의 비양심을 남겨놨다. 미안합니다.
고지라는 못 찍게 하고 그지같은 우주 고지라만 찍으라고 허락한다.
치사하다 싶으면서도 찍는다. 영화는 개떡같지만 솔직히 우주 고지라 자체는 좀 멋지다.
어디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다.
리포터인지 연예인인지 모를 아가씨 등짝에 큐슈 아사히 TV 로고가.
왼쪽 매서운 누나는 아마 피디인 것 같고
하늘색 잠바 입은 아가씨가 리포터쨩.
되게 예쁘게 생겼는데 카메라 꺼졌을 때 싸늘하게 식는 얼굴.
쇼 비즈니스의 뒷세계를 본 것 같아서 두근두근.
크로마키 사진을 만들어 주는 코너.
재미있어 보였지만 당시 몰골이 노숙자 꼴이었어서 과감하게 포기한다.
그지같은 우주 고지라와 함께 "사진 다이조부"인 것은 신 고지라.
이것만 찍게 하면 이거 사진만 엄청 돌 거고, 결국 관객이 홍보하게 만드는 센스있는 개수작.
기존 고지라들과 너무 달라서 그렇지, 생긴 것 자체는 졸라 멋지다.
마치 고지라처럼 생긴 사도의 느낌. 안노 영감의 머리엔 이런 것만 들었나.
떠나기 전 일본에서 마지막 먹은 것은 레몬 냉차.
색깔 만큼의 맛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밍밍한 맛.
공항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으로 본 바깥 광경.
일본 땅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걸인 사진.
귀국하는 비행기 안. 드디어 시빌워 더빙판을 본다.
한 시간 조금 넘는 비행 시간 중 30분이 넘어서야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놓고선 온갖 방송으로 시간 다 잡아먹는다.
그 와중에 면세품 광고도 나오고, 내가 대체 기장의 이름은 왜 알아야 하나.
반전, 돌아와보니 한국은 더 더워졌다. 미친 더위가 매일 최악을 갱신한다.
어쨌거나 후쿠오카 짧은 여행은 시마이.
덧글
배드테이스트 수어사이드스쿼드편 기다렸는데;;; 편집으로 훌렁 날아간것은 더 아쉽....ㅠㅠ 으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