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괴도가면 K-20 怪人二十面.相 (2008) by 멧가비


영화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에도가와 란포 세계관의 슈퍼히어로 이야기" 쯤 되겠다. '괴인 20면상'이 구식 장르 도둑이 아닌 심각한 슈퍼 빌런으로, 탐정 '아케치 코고로'는 다소 뻣뻣한 귀족 엘리트로 재해석 된 가상의 대체역사 세계관, 그리고 그들 사이를 휘젓는 주인공은 20면상에 대항해 초보 영웅으로 거듭나는 서커스 마술사 엔도 헤이키치. 배우는 무려 왕년의 미남 배우 금성무.


세상을 현혹하는 악당에 맞선다는 공적 동기와 개인적 복수라는 사적 동기가 공존하고 있으며, 순수한 히로인과 사악한 악당, 그리고 라이벌 등 장르의 공식에도 충실한 꽤 탄탄한 작품이다. 두 굵직한 인물 외에도 소년 탐정단과 탐정 조수 코바야시 군도 등장하는 등 에도가와 란포의 팬이라면 꽂힐 여지가 많은 점도 포인트.


영화는 '트릭'이라는 큰 테마 아래에서 움직인다. 주인공 엔도 헤이키치와 그의 적 20면상 모두 마술 트릭을 주특기로 활용하고 있는데, 덕분에 영화는 미스테리 장르의 매커니즘도 일부 취하고 있다. 영화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에도가와 란포 세계관이기 보다는 란포 세계관을 차용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취급하기에 무리가 없다.


미묘한 구석이 많다. 2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대체역사를 디스토피아로 묘사한 것은 패전국으로서의 자기반성인 건지 추축국으로서의 합리화인 건지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또한 2차 대전을 겪지 않은 고아들을 전쟁 난민처럼 묘사하고, 귀족 사회를 뒤엎겠다는 "자칭 레지스탕스"인 20면상이 그리는 궁극적 세계관은 결국 엘리트주의 사회라는 점 등 역시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겠다.


실사의 사실감보다는 만화적인 연출을 더 선호하는 일본 장르 영화의 경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작중 헤이키치는 와이어 액션의 고수로 성장하는데, 스파이더맨이나 데어데블 등의 와이어 액션을 제법 잘 흉내낸다. 진자 운동의 역학이나 중력감을 잘못 표현한 감이 적잖이 있지만 적당히 넘어가 줄 수 있는 수준.


익숙한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쿠니무라 준, 마츠시게 유타카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중년 배우들이 무게감을 잡아 공허한 판타지로 보이는 것을 막아주고 있으며, 당시 30대 중반이 넘었을 금성무는 20대 초중반의 혈기 넘치는 젊은이의 이미지를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마츠 타카코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름답고.


덧글

  • 각시수련 2016/08/16 20:40 #

    怪人二十面相・伝 원작은 따로 있고, 란포는 어디까지나 원안에 불과하니.

    아케치가 자신의 명성을 위해, 20면상의 존재를 이용했다는 설정은 재밌었네요.
  • 멧가비 2016/08/16 23:17 #

    댓글을 보니 제가 잘 모르고 틀리게 쓴 내용이 있어 조금 수정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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