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운다 (2005) by 멧가비


사업을 잃고 돈을 잃고 가족까지 잃게 생긴 퇴물 복서가 있다. 가진 게 없고 배운 게 없어 때리고 뺏을 줄만 아는 신인 복서가 있다. 남은 게 주먹 밖에 없는 남자와 가진 게 주먹 밖에 없는 남자의 두 갈래 이야기.


중년의 태식은 모든 걸 다 잃었다 생각했지만 아직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 아들이 있다. 어린 상황은 앞으로의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남은 가족인 할머니만은 지켜야한다. 어느 한 쪽이 덜 절박하다 감히 저울질 할 수 없는, 복싱이라는 외피 아래 숨은 인생 끝자락의 구구절절 사연 배틀인 셈이다.


두 주인공은 영화 끝에서야 링에서 처음 대면하고 끝내 말 한 번 섞지 않는다는 구조가 재미있다. 영화를 꽉꽉 채우는 연기파 배우들이 저마다의 롤에서 굵직한 연기력 펀치를 날려대기 시작하면 관객은 가드 없이 얻어맞을 수 밖에 없다. 누가 이겨도 기쁠 것이고 누가 져도 동정할 수 있는 밸런스를 유지함으로서 스포츠 영화로서도 훌륭하고, 제법 잘 배운 티가 나는 배우들의 복싱 동작으로는 액션 영화로서의 볼거리도 챙긴다.


정서의 빈 틈이 없으면서도 그것이 과하다 느껴지지 않게 균형을 잘 잡는 좋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