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ハウス (1977) by 멧가비


일곱 명의 소녀들은 이름 없이 모두 간단한 특징을 나타낸 별명으로만 불리운다. 그 중 마쿠라는 별명의 소녀가 든 가방에는 아예 히라가나로 "마쿠"라고 쓰여있기까지 하다. 실사 영화에서 마치 명랑만화같은 묘사를 시치미 뚝 떼고 하면서 영화가 전개되는데, 그런가하면 소녀들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는 한 장면도 빠지지 않고 마치 순정만화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풍긴다.


단지 묘사의 파격에서 끝난다면 감독의 약물 전과를 의심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통의 영화처럼 무난하게 넘어가는 화면 전환이 단 한 장면도 없으며 기본적으로 기승전결 구조라는 게 있는지 조차 의심해보게 된다. 광학 합성, 콜라주 등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기에 좋은 촬영 기술과 연출 기교 등 온갖 것들을 꾸역 꾸역 쳐먹은 카메라가 토해낸 알록달록한 토사물같은 영화다. 시각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영화가 따라가는 의식의 흐름만으로도 충분히 예쁘장한 광기가 느껴진다.


캠프 호러처럼 하나씩 죽어나가는 데도 별명에 걸맞는 태도와 쇼와시대 여고생이라는 설정에 맞는 명랑함을 잊지 않는 것도 영화의 미친맛을 더한다. 덕분에 사지가 분해되는 공포 영화인데도 마치 초호화 귀신의 집 어트랙션에 체험 온 여고생들을 보는 편안한 느낌마저 든다. 그 중 재미있는 것은 '쿵후'라는 이름의 소녀다. 이름에 걸맞게 혼자서 육체적인 액션을 책임지는데, 마치 슈퍼 전대 시리즈의 히로인이 엉뚱한 영화에 들어온 것 같은 재미있는 이질감을 준다. 이 영화는 특촬 기술의 노하우마저 집어 삼키며 탄생한 셈이다.


하늘의 노을까지 직접 그려낸 수제 미술 퀄리티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쇼와 시대 특유의 서구 지향 탐미주의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에도 사이키델릭이라는 영역이 있다면 이런 영화를 두고 말함이리라. '첫사랑', 'M' 등의 이명세 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방향이 바로 이런 영화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연출, 각본 오바야시 노부히코



덧글

  • 리퍼 2016/08/22 23:48 #

    사이키델릭함이 오히려 무서움을 주는 영화이기도 하죠.
  • 멧가비 2016/09/05 14:42 #

    그러게 말입니다. 이상한 데서 무서운 영화
  • 닛코 2016/09/03 20:10 #

    와... 이미지를 찾아보니 굉장한 영화네요.
    아이디어가 대단합니다...
  • 멧가비 2016/09/05 14:42 #

    이건 꼭 보시라는 말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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