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하는 입술 狂する唇 (2000) by 멧가비


눈 앞에서 날고 있지만 잡을 수 없는 여름의 모기처럼, 영화는 차마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이리저리 방향을 튼다. 연쇄 살인범 가족을 둔 쿠라하시 가족 세 모녀의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느닷없이 심령 탐정이 등장한다. 심령 탐정 일당이 쿠라하시 집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는 마치 AV의 설정을 빌려온 듯한 아주 불쾌한 에로티시즘이 줄을 잇는다. 이 탐정들은 약속과 달리 연쇄 살인범을 잡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섹스로 세 모녀를 정복하고 모욕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그렇다고 연쇄 살인 이야기가 흐지부지 사라지느냐? 그건 또 아니다. 다만 그 정체가 이상하게 꼬여버릴 뿐. 결국 영화는 근친상간을 잠깐 건드렸다가 출생의 비밀로 귀결되고 마지막은 코즈믹 호러다. 가족을 향한 세간의 비난, 손에 묻은 피, 괴물과 하는 듯한 섹스 등 주인공 사토미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들은 마치 남매의 아이를 가진 여성의 악몽을 형상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목과 달리 발광하는 건 입술이 아니라 이 영화 그 자체인 것만 같다. 형식을 파괴하고 관객의 예측을 파괴하는 일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과도 같은데, 황당한 설정과 전개 앞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 배우들의 시치미에서 묘하게 컬트적인 맛이 느껴진다.


영화가 결국 중국식 권격 액션까지 꽤 제대로 섭렵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내내 단 하나도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음에 기분좋은 피로함을 느끼게 된다. 단 한 가지 초반부터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저 세 모녀 역을 맡은 배우가 돌아가면서 한 번씩 옷을 벗겠구나, 하는 것 뿐이다.



연출, 각본 사사키 히로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