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렉 비욘드 Star Trek Beyond (2016) by 멧가비


흔히 말하는, 미드 한 시즌을 압축해서 상황만 설명하고 넘어가는 느낌을 주는 영화다. 소외되는 캐릭터들의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드라마 포맷의 긴 호흡에서 역사를 쌓아 온 캐릭터들이 두 시간 짜리 영화에서 모두 날고 길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관객이 의지하고 따라갈만한 매력이 어느 캐릭터에게도 없다는 것이다.


커크의 매너리즘은 배경 설명이 부족해 뜬금 없고, 스팍은 이젠 존재 의의조차 찾기 힘들어 배우의 타계로 출연조차 안 한 스팍 프라임에게도 존재감이 밀리는 형편이다. 우후라는 이제 스팍이 고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소도구일 뿐이며 술루는 그냥 이름만 존재한다. 그나마 생동감이 느껴지는 스카티는 영화가 제대로 써먹고 있질 못하는 것 같고. 새 캐릭터인 제이라는 그냥 이런 영화에 으례 등장할 법한 원주민 스테레오 타입. 어디에나 넣어도 적당히 기능하지만 그만큼 그 영화의 고유한 맛에 일조하지도 못한다.


가장 아쉬운 게 메인 악당인 크롤. 작중에서도 언급되듯이 상대적으로 평화 시대에 성장한 커크의 안티 테제로서 얼마든지 많은 드라마를 뽑아낼 수 있는 인물이다. 이중 아이덴티티란 설정을 잘만 활용했다면 그럴듯한 SF 스릴러 첩보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등장 자체도 없을 뿐더러 각본에서 이미 크롤을 밀어 줄 의지가 없어 보인다. 아끼다 똥 된 캐릭터.


겨우 한 시간 지나면서 지치기 시작하더라. 영화는 준비해놓은 플롯을 진행시키기에 바쁘고 캐릭터들은 수동적으로 끌려갈 뿐이다. 관객도 함께 끌려간다. 벌어지는 상황들은 직관적인 대신 추상적이며 이해 못할 대사들이 오간다. 아, 그냥 뭔가 되게 심각한 일이 벌어지는 중인가보다, 하게 될 뿐이다. 하드 SF도 이렇게 난해하고 불친절하진 않을 거다.


전작에선 컴버배치의 존재감 그리고 존 해리슨이라는 캐릭터의 재미로 그나마 두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크롤은 '알고보니 저 악당의 정체는!'을 반복하고도 그 절반도 재미있지 못하며, 커크와 스팍은 전작처럼 비호감이지도 못하고 가로수처럼 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할 뿐이다.


원작 팬들에겐 어떤 식으로 어필했을지 알지 못하나, 적어도 팬 아닌 단순 관객의 입장에선 재미를 만드는 감각 자체가 더럽게 없는 영화일 뿐이다.


'화성침공' 오마주도 아니고 뭣도 아닌 그건 그냥 실소가 나온다.


덧글

  • 데커드 2016/08/30 09:23 # 삭제

    진지해진 분위기랑 성숙해진 캐릭터들 때문에 예전 스타트렉 느낌 많이 난다고 트레키들이나 영화 평론가들한텐 꽤 칭찬받는 분위기던데 의외의 평가네요. 저도 개인적으론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특히 스팍과 맥코이의 티격태격 케미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 때문에 삘 받아서 지금은 TOS도 정주행중입니다. 다만 악당의 캐릭터가 많이 아쉬웠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이드리스 엘바 캐스팅해놓고 제대로 얼굴도 안보여주고, 별로 포스도 없고.
  • 멧가비 2016/09/05 14:47 #

    트레키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라서 그런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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