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부 살해 혐의로 재판장에 선 소년의 유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모인 열 두 명의 배심원. 날씨도 덥고 마침 야구 경기가있는 날이기도 하니 적당히 유죄로 합의를 보고 해산하는 분위기였으나 그 흐름을 깨고 의혹을 제기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8번 배심원, 헨리 폰다였다.
이 영화에서는 합리적 의혹(Reasonable Doubt)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언급되는데 이는 곧 영화 자체를 합축한 말이기도 하다. 배심원 제도의 합리성이자 동시에 맹점이기도 한 매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데, 어쩌면 무고할 수도 있는 피고 소년의 목숨을 좌우하는 자리에서 어떠한 의혹도 가치없을 수 없다며 영화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50년대 미국의 백인 남성들이다. 게다가 제목부터 이미 화가 나 있질 않은가. 피고 소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이들은 각자 세대혐오 혹은 계층혐오 등 네거티브한 보수적 시각을 드러낸다.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피고 소년이 백인이 아닌 것으로 보아 인종차별에 대한 뉘앙스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난상토론이 진행되며 겉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태도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내면에 자리잡고 있음 역시 드러나는데, 거칠어 보이지만 여전히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람도 있으며 또 누군가는 가족의 해체로 입은 상처를 감추고 있기도 하다. 영화는 어쩌면 살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저 그 시대람들의 진짜 고민을 찾아 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영화다. 여름 더위에 젖어가는 셔츠, 조금씩 어두워지다가 급기야 폭우로 뒤덮이는 창 밖 풍경 등을 이용한 미장센에 감탄하게 된다.
연출 시드니 루멧
각본 레지널드 로즈

마치 테트리스 아귀 맞추듯 절묘하게 12인의 얼굴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숏.
이런 앵글은 정말 대단하다.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3인이 한 프레임 안에 잡히는 숏.
덧글
어렸을 때 TV에서 봤었는데 전개과정이 너무 흥미로워서 상당히 몰입하면서 봤었지요.
근데 그때는 칼라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추억보정이었던건지 흑백밖에 없더군요.ㅋ
무슨 저택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는데 서로의 알리바이를 체크하고 비밀통로를 발견하고 하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이렇게 된거니 당신이 범인이다!' 딱 해놓고는
'...혹은 이런 것이었을수도 있지!'하면서 다른 전개과정을 보여주고...
그런식으로 서너가지 버전을 연달아보여주는 영화였었는데 너무 어렸을때봐서 그런지 지금에와서는 도저히 못찾겠네요 ㅠㅠ
막상 원작은 보지 못했네요..
저 다음글 보니 저것도 재미잇어 보이고
이번 주말은 이걸로 가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