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 by 멧가비


친부 살해 혐의로 재판장에 선 소년의 유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모인 열 두 명의 배심원. 날씨도 덥고 마침 야구 경기가있는 날이기도 하니 적당히 유죄로 합의를 보고 해산하는 분위기였으나 그 흐름을 깨고 의혹을 제기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8번 배심원, 헨리 폰다였다.


이 영화에서는 합리적 의혹(Reasonable Doubt)이라는 단어가 수시로 언급되는데 이는 곧 영화 자체를 합축한 말이기도 하다. 배심원 제도의 합리성이자 동시에 맹점이기도 한 매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데, 어쩌면 무고할 수도 있는 피고 소년의 목숨을 좌우하는 자리에서 어떠한 의혹도 가치없을 수 없다며 영화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50년대 미국의 백인 남성들이다. 게다가 제목부터 이미 화가 나 있질 않은가. 피고 소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이들은 각자 세대혐오 혹은 계층혐오 등 네거티브한 보수적 시각을 드러낸다.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피고 소년이 백인이 아닌 것으로 보아 인종차별에 대한 뉘앙스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난상토론이 진행되며 겉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태도와는 또 다른 무언가가 내면에 자리잡고 있음 역시 드러나는데, 거칠어 보이지만 여전히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람도 있으며 또 누군가는 가족의 해체로 입은 상처를 감추고 있기도 하다. 영화는 어쩌면 살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저 그 시대람들의 진짜 고민을 찾아 나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영화다. 여름 더위에 젖어가는 셔츠, 조금씩 어두워지다가 급기야 폭우로 뒤덮이는 창 밖 풍경 등을 이용한 미장센에 감탄하게 된다.


연출 시드니 루멧
각본 레지널드 로즈





마치 테트리스 아귀 맞추듯 절묘하게 12인의 얼굴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숏.
이런 앵글은 정말 대단하다.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던 3인이 한 프레임 안에 잡히는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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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케이즈 2016/09/05 15:13 #

    묘하네요 ㅎㅎ 오늘 문득 생각나서 오전에 농땡이치면서 봤는데 오후에 이 글을 보게 되다니...

    어렸을 때 TV에서 봤었는데 전개과정이 너무 흥미로워서 상당히 몰입하면서 봤었지요.
    근데 그때는 칼라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추억보정이었던건지 흑백밖에 없더군요.ㅋ
  • 케이즈 2016/09/05 15:18 #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영화가 문득 생각났는데
    무슨 저택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는데 서로의 알리바이를 체크하고 비밀통로를 발견하고 하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이렇게 된거니 당신이 범인이다!' 딱 해놓고는
    '...혹은 이런 것이었을수도 있지!'하면서 다른 전개과정을 보여주고...
    그런식으로 서너가지 버전을 연달아보여주는 영화였었는데 너무 어렸을때봐서 그런지 지금에와서는 도저히 못찾겠네요 ㅠㅠ
  • 멧가비 2016/09/05 15:26 #

    85년작 살인무도회(Clue)입니다.
  • 케이즈 2016/09/06 09:18 #

    이야!!! 감사합니다!
  • Limccy 2016/09/05 17:24 #

    이 영화의 리메이크 판을 TV에서 더빙판으로 본것 같은데..
    막상 원작은 보지 못했네요..

    저 다음글 보니 저것도 재미잇어 보이고
    이번 주말은 이걸로 가야겠습니다 ^^
  • 멧가비 2016/09/05 19:15 #

    주말에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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