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복과 기관총 セーラー服と機関銃 (1981) by 멧가비


4인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라고는 하나 어엿한 야쿠자 조직의 조장이 된 여고생. 별안간 놓인 낯설고 위험한 환경에서도 여고생 이즈미는 씩씩하다. 여고생이 야쿠자가 되는 영화라고 해서 특별히 판타지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여고생이라는 외부인의 시각에서 본 야쿠자 세계의 어리숙하면서도 교활하고 비정한 모습들을 관조한 영화 쯤 된다. 이즈미는 야쿠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관계를 형성하지만 그 유명한 "쾌감" 장면을 제외하면 절대로 야쿠자 세계에 동화되지 않는다.


야쿠자의 조장이 됐다고 해서 여고생이 갑자기 문신을 새기거나 시라사야(白鞘)를 바지 춤에 꽂고 다니게 되진 않는다. 쇠락해 와해되기 직전인 야쿠자 잔당들이 마치 몰락한 막부의 사무라이들처럼, 죽을 자리를 찾기 위해 마지막 주군을 모시는 것 같은 형국인데 그 대상이 순수한 여고생이라면 그 나름대로 좋은 명분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영화에서 이즈미는 쇼군보다는 공주처럼 모셔진다.


관점을 바꾸면 그저 한 여고생이 평범하게 고민하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정부와 갈등하기도 하고 조직원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지켜보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즈미는 마치 가족과 다투고 친구의 죽음을 겪기도 하는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물의 주인공처럼 행동한다.


제목인 세일러복과 기관총은 이즈미라는 캐릭터의 맑고 순수함 그리고 폭력단의 세계에 대한 대비(對比)일텐데, 영화에선 그 이질적인 두 개념이 서로의 순수함과 비정함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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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역의 야쿠시마루 히로코는 당대의 유명한 아이돌이자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배우인데, 지금의 중년 얼굴을 먼저 봤고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소녀 얼굴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연출 소마이 신지
각본 타나카 요조
원작 아카가와 지로



덧글

  • rumic71 2016/09/06 23:55 #

    당시에 원작소설 사는 김에 '졸업'까지 같이 사두었는데 아직까지 안 읽고 있군요...
  • 소시민 제이 2016/09/07 08:27 #

    왠지 코쿠센의 야마구치 쿠미코 선생이 연상됩니다.

    (거기도 꽤나 작지만 유서깊은 야쿠자였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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