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The Butterfly effect (2004) by 멧가비


이른바 'What If'로 상징되는 "선택의 딜레마"에 대해 영화는 나름대로의 대답을 던진다. 주인공 에반은 일종의 타임슬립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진 초능력자인데, 자신이 살아 온 과거 시간대에 개입해 현재를 바꿀 수 있는, 즉 "선택권"이라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선택의 딜레마" 중 "선택"보다 "딜레마"가 더 큰 작용을 한다면 어떨까. 에반은 몇 안 되는 분기점을 중심으로 온갖 선택을 대입해 결과물을 바꿔보지만 마치 덧칠하다가 망친 유화처럼 재선택의 결과물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다.

(에반은 정말 역사를 바꿨을 수도 있지만, 선택에 맞게 창조된 평행우주로 옮겨졌을 수도 있다.)


간혹 초능력을 다룬 영화에서는 초능력을 두고 "저주"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에반의 초능력이야말로 끔찍한 저주가 아닐 수 없다. 에반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영역을 본다. 비집고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시간의 틈을 본다는 것은 달콤한 일이지만 그만큼의 리스크가 수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에반의 초능력은 에반으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던지는 셈이다. 초능력은 언제나 소유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법이다. 에반은 "죄책감을 덜고싶은" 욕망에 의해 초능력을 사용하고 본의 아니게 반복해서 타인의 삶을 망친다. 초능력 액션 영화로 치면 에반이 악당이다.


에반은 멀리 돌아와 결국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구태여 초능력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게 된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버린 에반에게는 그만큼의 큰 책임이 따랐던 것이다. 초능력 사용의 중지 혹은 절제가 아닌, 초능력을 소유한 자기 자신의 존재라는 책임 말이다. 감독판 결말은 가장 섬뜩하고 냉정하지만 동시에 가장 "확실하게 먹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에반의 모든 잘못된 선택에는 죄책감과 더불어 늘 후회라는 정서가 있었다. 인간은 후회하기 때문에 늘 지나간 선택에 미련을 갖는다. 어쩌면 영화는 "지금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 건 그 때의 선택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니 후회하지 말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던지는 건 아닐까.





연출 각본 에릭 브레스



---

에릭 스톨츠가 소아 성애자가 된 걸 보고 당대의 청춘 영화 팬 출신 관객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에릭 스톨츠가 '릿지몬트'에서 남부럽지 않게 제법 똘끼를 자랑하던 그가 '백 투 더 퓨처'에서 강판되는 아픔을 겪은 후 '펄프 픽션'같은 약쟁이로 타락해 결국 이 영화의 소아성애자가 되었다고 상상하면 이 얼마나 슬픈 인생 역정인가.



덧글

  • 더카니지 2016/09/08 14:08 #

    감독판 엔딩은 개인적으로 너무 비정하기도 하고 주인공이 불쌍해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2, 3편도 있다는데 어떨려나 궁금.
  • 멧가비 2016/09/09 00:28 #

    전형적인 '실패한 아류작'이요.
  • 어릿광대 2016/09/08 19:42 # 삭제

    왠지 결국 엔딩들도 주인공이 선택한 여러가지 갈래 길중...하나 일뿐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죠....
    근데...2,3편은 이좋은 소재를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느낌이라...1편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게...;;;;
  • 멧가비 2016/09/09 00:28 #

    맞습니다 평행우주라고 여기고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